리니지2, 구글만 팔더니… 그 뒤엔 앱마켓 장악 '큰 그림'

리니지2, 구글만 팔더니… 그 뒤엔 앱마켓 장악 '큰 그림'

입력
2023.04.11 16: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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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압박, 원스토어 출시 차단
달콤한 방해, 구글에 과징금 421억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앱마켓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앱마켓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경쟁 애플리케이션마켓(앱마켓)인 원스토어에 리니지2 등 모바일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게 막은 구글에 대해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했다. 자사 앱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서만 게임을 내놓도록 주요 게임사를 압박한 구글의 행위는 달콤하고 정교했다.

'구글 갑질', 발단은 토종 앱마켓 등장

통신 3사와 네이버에서 각각 운영하던 토종 앱마켓을 합친 원스토어가 2016년 6월 출범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한국 안드로이드 앱마켓시장 내 점유율 80~85%를 차지하는 구글이지만 2위 사업자인 원스토어의 등장은 달갑지 않았다. 한국과 달리 대부분 국가의 앱마켓시장에서 구글은 경쟁자 없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 본사와 한국법인은 곧장 매출액의 90% 이상 차지하는 게임 부문에서 '원스토어 고사 작전'을 펼쳤다. 1단계로 2016년 6월 대형 게임사와 접촉해 6개월 뒤 완성 예정인 야심작을 원스토어에서 동시 출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플레이스토어를 켜자마자 해당 게임이 첫 화면에 노출되는 피처링 지원과 해외 진출 등 당근을 제공했다. 한국 시장보다 10배 이상 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목마른 게임사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는 제안이었다. 넷마블이 제작한 리니지2레볼루션으로 알려진 이 게임은 이후 전 세계에서 흥행했다.

원스토어를 향한 구글의 방해는 리니지2레볼루션 독점 출시권을 따낸 후 본격화했다. 2016년 7월 넥슨, 엔씨소프트 등 다른 대형 게임사는 물론 중소 게임사까지 신규 게임의 원스토어 동시 출시를 포기하게 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특히 '독점 출시 조건부 전략'을 세운 구글은 게임사를 5개 등급으로 나눠 치밀하게 대응했다. 매출 영향력이 가장 큰 게임사가 내놓는 게임에 대해선 리니지2레볼루션급으로 대우했다. 이어 게임사 규모 등에 따라 피처링, 해외 진출, 컨설팅 등을 차등 지원했다.

게임 출시 독점한 구글, 점유율 95%까지

플레이스토어와 함께 원스토어에 인기 게임을 내놓은 중국 게임사에는 피처링을 제공하지 않기도 했다. 사실상 모든 모바일게임이 플레이스토어를 통해서만 출시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원스토어의 시장점유율은 대형 게임을 유치하지 못하면서 5~10%로 떨어졌고, 반대로 플레이스토어는 90~95%로 뛰었다.

구글은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2018년 4월에야 원스토어에서의 게임 출시 차단을 멈췄다. 공정위는 구글의 행위가 자사 정책을 따라야만 이익을 주는 배타조건부 거래로 판단, 불공정거래 및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같은 게임도 여러 앱마켓에서 출시해야 콘텐츠·소비자 혜택 차별화 등 경쟁이 활성화한다"며 "이번 조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앱마켓시장에서 자신의 독점력을 유지·강화하는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공정위 제재에 소송으로 맞대응할 수 있어 최종 과징금 수위는 추후에 확정될 가능성도 크다. 구글은 2021년에도 이해관계자 영업 비밀을 열람·복사했다면서 공정위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바 있다. 당시 소송이 올해 3월 마무리되면서 이번 사건 심의도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구글 측은 입장문을 내고 "법 위반 행위가 없었다는 입장을 소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구글은 공정위 결론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정위 서면 결정을 통보받으면 (향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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