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 없이 성과급 반납으로 한전·가스공사의 쌓이는 적자 감당할 수 있을까

요금 인상 없이 성과급 반납으로 한전·가스공사의 쌓이는 적자 감당할 수 있을까

입력
2023.04.12 19:00
수정
2023.04.12 19: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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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올해 장기채권 발행 벌써 9조원 육박
1분기 한전채 발행 지난해보다 15% 이상 많아
한전 적자 줄인 전기 도매가 상한제
발전사 부실로 이어질 수도

2월 21일 서울 한 주택 우체통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고지서가 들어 있다. 뉴시스

2월 21일 서울 한 주택 우체통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고지서가 들어 있다. 뉴시스



올해 들어 한국전력공사의 장기채권 발행액이 9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보류되면서 에너지 공공기관의 손실이 커지며 채권시장 혼란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기업 자구책을 내놓으라는 정부와 국민의힘 측 요구에 한전과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고위직의 성과급을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4월 7일 기준) 장기채권 발행 규모는 8조9,400억 원에 달했다. 1분기(1~3월) 장기채는 8조1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8,700억 원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15%가량 늘어난 셈이다. 신용 등급과 금리가 높은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 다른 기관과 기업들은 자금 마련이 더 힘들어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특수채 발행 규모는 27조6,721억 원으로 한전채 발행이 이 중 29%다. 1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33조2,978억 원이었다.

금융시장의 우려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시장이 안정된 상황"이라며 불을 껐다. 지난해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한전채 물량이 쏟아져 부담이 커진 특수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전기요금이 올라 지난해 같은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가스 팔수록 손해...발전사 손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래픽 강준구 기자

그래픽 강준구 기자

그러나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전이 전기를 사 오는 도매가가 일반에 파는 소매가보다 높아 2분기 요금 인상이 없다면 악순환이 계속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전의 전력구입 단가는 1월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164.2원, 판매가는 147원으로 팔수록 손해가 난다. 지난해 1월 구입 단가(138.3원)에서 판매가(114.8원)를 뺀 손해액(23.5원)과 큰 차이도 나지 않는다.

더구나 1월에는 한전이 민간발전사에서 사 오는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제를 씌워 강제로 가격을 조정한 덕에 손실이 그 정도에서 멈췄다. 정부는 지난해 관련 고시를 바꿔 1년 일몰 조건으로 SMP 상한제를 운영키로 했고, 지난해 12월~올해 2월 한전은 2조1,000억 원가량 혜택을 봤다. 하지만 이 비용은 고스란히 민간 발전사의 손해로 이어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폭을 낮추는 대신 SMP 상한제를 더 강하게 적용해 한전의 손실을 메우자는 의견도 있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제안"이라며 "SMP 상한제로 발전사 적자가 만성화되면 전력시장의 총체적 부실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가스요금의 원가 회수율는 전기요금보다 낮은 60%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도 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난해 8조 원 규모였던 미수금이 올해 12조9,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매일 13억 원, 연간 4,700억 원가량의 이자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한전·가스공사 성과급 반납 검토...효과는 미미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전이 지난해 실적 32조6,03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8조6,0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뉴스1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전이 지난해 실적 32조6,03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8조6,0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뉴스1


에너지 요금 인상이 시급한 공공기관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추가 자구 계획을 내놓으라'는 당정 요구에 임직원 성과급 반환을 검토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임원은 성과급의 100%, 1급은 성과급의 50%를 내놓았고, 올해는 부장(2급) 이하 직원들의 동참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도 "1, 2급 고위직을 대상으로 성과급 반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전, 가스공사 임직원이 성과급을 받지 않아도 실제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21년 기준 한전 임직원 1인당 평균 경영 평가 성과급은 679만 원이고, 1~3급 고위직 규모가 약 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재무 개선 효과는 최대 340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적자(32조6,000억 원)의 약 0.1%에 그친다. 가스공사 역시 2008년과 2014년, 2020년 2급 이상 고위직의 급여 인상분을 반납했을 때의 총액이 4억5,000만~4억7,000만 원 정도다.

다만 이런 대책이 당정이 2분기 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명분은 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머지않은 시점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고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전쟁, 앞으로 3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는 (에너지) 요금 인상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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