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조건 내건 정부, 구제 않겠다는 것"

입력
2023.04.27 14:00
수정
2023.04.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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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피해자 인정 여부' 6가지 기준 정해
"정부 기준으로 피해자 인정받기 어렵다"
"건축왕이 숨겨둔 재산 환수 방안 담겨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야권 의원들이 26일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상미 피해자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한호 기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야권 의원들이 26일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상미 피해자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한호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단체가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하고 지원하겠다는 식의 정부 대책으로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구제받지 못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부가 일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하고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하고 있는데 그건 솔직히 구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지원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해 왔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보면, 지원 대상 피해자 인정 기준은 △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가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6가지다.

안 위원장은 "실제로는 전세사기 피해자이지만 정부 기준대로 보면, 피해자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망의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 전형적인 전세사기 수법인 만큼, 정부가 사기에 해당하는지를 현행법상 '사기 의도' 등을 놓고 지원 여부를 판단할 경우 많은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기꾼들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여러 방향으로 사기를 친 건데 그 난제 속에서 피해자 보고 '사기 인증'을 받아 오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정부제도가 전세사기를 조장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정부제도가 잘못돼서 피해가 커진 것인데 마냥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면서 "마치 '너네를 구제해 주면 사기가 조장돼' 이런 식의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대차 3법'을 만들어 피해가 커진 것이라는 여당 일부 주장에 대해선 "어느 정부 때 만들어졌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그 정부는 우리나라가 아닌 건가"라고 반문했다.

전세사기 보상 방안에 대해 세금으로 사기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른바 '혈세 보상' 논란에 대해서도 "쟤네들 또 세금을 쓰려고 한다는 오해를 안 해주셨으면 한다.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피해자들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건축왕' 남모(62)씨 일당이 숨겨둔 재산 환수를 통한 피해보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남씨가 돈을 빼돌렸다는 말들이 많이 있는데, 피해자들은 그것을 찾을 수가 없다"면서 "남씨 일당이 숨겨둔 재산을 조금이라도 확보한다면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지 않겠나,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가 소통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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