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의 한화·대우조선, 절친 정기선의 HD한국조선해양 독주 체제 흔드나

입력
2023.04.28 07:00
구독

HD한국조선해양 추격자로


경남 거제도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도크 전경. 대우조선해양 제공

경남 거제도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도크 전경. 대우조선해양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한화-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조건부 승인함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 '원톱' 체제 아래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각축을 벌였던 '1강 2중 체제'였던 국내 조선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김동관 부회장이 운전대를 잡은 한화가 정기선 사장이 이끄는 HD현대를 맹추격해 양강 체제를 갖출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방위산업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면서 조선시장에도 새 바람을 불어넣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동안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이 집중했던 친환경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통 큰 투자를 하고 한화-대우조선의 영업망 공유에 따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을 거란 얘기다.

특히 선박 제조 수직 계열화에 따른 수익 극대화가 관건이다. 한화는 2월 한화임팩트를 통해 대형선박용 엔진 제조사 HSD엔진 지분 33%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수직 계열화 구축을 위한 준비로 해석했다. HSD엔진은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을 최대 고객사로 둔 국내 엔진업계 큰손으로 한화가 이를 품을 경우 친환경 선박엔진 개발 등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도 세계 최고 조선사 지위를 굳건히 지키겠다며 올 들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전시회인 CES 2023에 참여해 글로벌 시장에 비전을 알리고 중소형선박 엔진 제조 전문 기업인 STX중공업 인수에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 아비커스를 활용해 자율운항 선박 시장 확대를 노리면서 초격차를 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내심 한화의 등판으로 대우조선이 주도했던 저가수주 경쟁 관행도 사라져 조선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끼리 수주 가격을 낮추며 출혈 경쟁을 했던 악순환을 끊고 시장 정상화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우조선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는 시급한 과제다. 대우조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년 연속 조 단위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 비율(지난해 말 연결 기준)도 1,542.4%까지 치솟아 재무 구조를 큰 틀에서 개선해야 한다. 한화 인수를 계기로 중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연구개발(R&D) 등에도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점은 고무적이다.

한화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서 경영 실적 리스크와 당국의 시정조치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우조선 인수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그동안 인력 유출 또한 심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빠른 정상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선도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