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 죽음을" 혐오·폭력으로 얼룩진 예루살렘 '깃발 행진의 날'

입력
2023.05.19 08:09
수정
2023.05.19 11:21

이집트 등 아랍권 "긴장 고조시키는 무책임한 행위" 규탄

18일 이스라엘의 대표 극우파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진행된 '깃발 행진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18일 이스라엘의 대표 극우파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진행된 '깃발 행진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동예루살렘 점령을 기념하는 이스라엘 극우 세력들의 '깃발 행진의 날'이 또다시 혐오와 폭력으로 얼룩졌다.

18일(현지시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만 명의 이스라엘 극우파들은 예루살렘 구시가지 일대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통곡의 벽'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아랍에 죽음을", "아랍인은 창녀의 자식"이라는 혐오 구호를 외쳤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너희 마을은 불에 탈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극우파들의 악행은 폭력으로도 이어졌다. 이들은 취재 현장에 있던 이슬람 언론 기자들을 공격했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폭행했다. 극우파 정치인들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에게 "예루살렘은 영원히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예루살렘은 영원히 우리의 땅"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분리장벽 등에서 이스라엘에 대응한 별도 깃발 시위를 진행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의 대변인인 나빌 아부 루데이네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주민들만의 땅이 아닌)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신성함을 품은 영원한 수도"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재해 온 이집트는 "깃발 행진은 (아랍권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알아크사 사원 관리권을 가진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 국가들도 극우파 정치인들의 성지 방문을 규탄했다.

깃발 행진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요르단에 속해 있던 동예루살렘을 장악한 것을 기념하는 극우파들의 행사다. 2021년에는 라마단 성지 갈등과 깃발 행진이 맞물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1일 전쟁'을 벌였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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