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아빠 찬스' 간부 4명 수사의뢰… 외부기관 합동 전수조사, 사무총장직도 개방

선관위, '아빠 찬스' 간부 4명 수사의뢰… 외부기관 합동 전수조사, 사무총장직도 개방

입력
2023.05.31 19: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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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자녀 특혜채용' 감사결과 발표
박찬진 사무총장 등 간부 4명 수사의뢰
與 추진 국정조사 응하고 정무직 개방 확대
감사원, 전·현직 직원 특혜 채용 감사 착수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과천=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현직 간부 4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앞서 진행한 5급 이상 직원 대상 조사에서는 모두 10건의 자녀 채용 사례를 확인했으며, 앞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4촌 이내 친인척 경력채용을 더 조사할 계획이다.

또 35년간 이어진 내부 승진 관례를 깨고 사무총장 자리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문제가 발생한 경력채용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사무총장 등 간부 4명 포토라인 세운다

선관위는 31일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노태악 위원장 주재로 긴급 위원회를 열고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 등 간부 4명에 대해 “자녀의 경력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며 수사의뢰를 결정했다.

선관위 특별감사위원회는 박 총장 자녀 채용 과정에서는 면접위원들이 채점란을 공란으로 둔 채 면접자 순위만 전달한 점, 당시 사무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자녀의 전입 승인 결재를 회피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부당한 영향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세 간부의 자녀 채용 과정에서는 해당 간부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거나, 지역 연고가 있는 직원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총장 자녀 채용 과정에서 ‘공란 평정표’를 전달한 면접위원 2명과 불가피한 사유 없이 채용 접수기간을 연장한 인사담당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자녀의 승진심사에 참여하면서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신청’을 하지 않은 경남선관위 총무과장도 마찬가지로 징계위 회부 대상이 됐다.

노 위원장은 “그동안 묵시적으로, 관행이라는 이유로 뿌리 깊게 존재하는 조직적 일탈이 있는지 철저하게 찾아내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채용된 간부 자녀들은 일단 근무를 계속할 전망이다. 원준희 선관위 특감위원은 이날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근무를 한다"며 "수사과정에서 그런(부당 입사) 부분이 나타나면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긴급 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권익위·국정조사 빗장 푼다… 사무총장 외부 개방

선관위는 직원 채용 과정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권익위 조사와 국정조사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 위원장은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선관위가 미흡한 정보보안 관리와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부정승진 문제 등으로 큰 실망을 드렸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노 위원장은 “회계 감찰이나 이런 부분은 감사원의 기구일 것이고, 인사 문제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할 것이고, 이해관계 충돌 문제는 권익위가 할 것”이라며 “법령에 따라 모든 부분에 대한 감사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모든 것에 대한 준비를 감수할 것”이라며 국정조사에 응할 방침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선관위 입장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선관위 전·현직 직원의 가족 채용실태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라며 “채용 과정에서의 특혜 및 법령 위반 여부는 물론, 채용 후 승진·전보 등에 있어 부당한 편의나 특혜가 제공됐는지 여부 등도 집중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 행정안전감사국이 담당한다. 다만 별도 헌법기구인 선관위는 여전히 감사원으로부터 직무 감사를 받는 데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사무총장과 감사관은 외부에도 개방하기로 했다. 정무직 공무원을 채용할 때는 인사검증위원회를 설치할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임 사무총장과 차장은 빠른 시일 내에 중앙위원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내부와 외부인사 모두 폭넓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채용 제도도 손본다. 현재는 결원이 생길 때 별도의 모집 공고 없이 지자체 등에서 추천을 받아 채용하는 ‘비다수인 채용’ 방식으로 다른 기관 공무원을 채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간부 자녀 채용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선관위는 공채 충원을 원칙으로 하고, 경력채용에 나설 때는 중앙선관위가 이를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면접위원도 전원을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다만 노 위원장은 여당이 주장하는 자신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며 일축했다.

국힘 "알맹이 없는 발표"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특별감사 결과를 두고 "알맹이 없는 발표"라고 비판하고 노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미 신뢰를 잃은 선관위가 참여한 전수조사의 결과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꼼수를 멈추고 감사원 감사와 수사기관 수사에 적극 응하는 것이 선관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선관위 혁신안에 대해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라며 노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노 위원장이 국정조사 수용 의지를 밝히자 여야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논의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으로부터 국정조사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특혜 채용 비리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돼선 안 된다"며 "국정조사 논의도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박세인 기자
김종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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