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조깅화, 이승만 타자기… 역대 대통령의 소품으로 본 청와대의 삶

입력
2023.06.01 17:41
수정
2023.06.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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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전시 8월 28일까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문타자기.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문타자기.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푸른색 영문 타자기는 독립운동 시절부터 가방에 항상 들어 있던 필수품이었다. 78세의 대통령 이승만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과정에서 직접 타자기를 두들기며 문서를 작성했다. 청와대 녹지원에서 30분쯤 뛰는 새벽 조깅 시간을 결단의 의식으로 삼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물품은 조깅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허 보유 대통령이었다. 그가 1974년 사법시험 준비 시절 만든 각도 조절 기능을 갖춘 '개량 독서대'는 실용신안 특허를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깅화(왼쪽부터 시계방향)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서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퉁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원예가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깅화(왼쪽부터 시계방향)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서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퉁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원예가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역대 대통령의 상징적 소품을 모은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특별전시회가 1일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개막했다. 역대 대통령의 소품을 통해 그들의 인간적 고뇌와 정치적 결단의 순간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린 반려견 스케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즐겨 불던 퉁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원예가위 등도 볼 수 있다.

김식 '금수강산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김식 '금수강산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에서 일부 복원된 청와대의 원모습도 볼 수 있다. 카펫 보호를 위해 설치했던 덮개 카펫이 철거돼 본래의 붉은 카펫을 볼 수 있다. 청와대 내 작품도 일부 복원 작업을 거쳤다. 중앙계단의 '금수강산도'는 제작 당시 은을 혼합해 채색한 금색 부분이 산화돼 검게 변했는데 김식 작가가 직접 복원해 원래 빛깔을 되찾았다. 충무실 전실에서 방탄소년단(BTS)을 맞이했던 서예가 이수덕의 10폭 병풍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과 세종실에 설치됐던 백금남의 벽화 '훈민정음'도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는 청와대에서 오랜 시간 사용된 가구, 식기 등 생활용품이 전시된다.

이수덕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수덕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전시는 이날 개막에 앞서 언론에 먼저 공개됐는데 역대 대통령의 공만 부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축구공도 전시돼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통령의 공과를 다루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으로 우리 대통령들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며 청와대 시설물 보호와 관람객 안전 차원에서 동시 수용 인원은 200명으로 제한된다. 관람 문의 1522-7760.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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