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생명 경시' 카타르, 국제노동기구 의장국 됐다

입력
2023.06.06 16:31
수정
2023.06.06 16:31

오는 5~16일 ILO 총회 의장국 된 카타르
"최대 6500명 일하다 다쳤는데...자격 없어"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연례 총회에 알리 빈 사미크 알-마리 카타르 노동부 장관이 착석한 모습. 제네바=EPA 연합뉴스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연례 총회에 알리 빈 사미크 알-마리 카타르 노동부 장관이 착석한 모습. 제네바=EPA 연합뉴스

지난해 월드컵 개최를 위해 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혹사시킨 카타르가 국제노동기구(ILO) 연례 총회 의장국이 돼 자격 시비가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산하 ILO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연례 총회를 열고 알리 빈 사미크 알-마리 카타르 노동부 장관을 의장에 지명했다. 국제노동회의는 매년 한 차례 열리는 ILO 최대의 행사로, 전 세계 노동 규칙을 정하고 각국 노동 관련 입법을 논의한다. 의장국은 187개 회원국들이 권역별 추천에 따라 돌아가며 맡는다.

카타르는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를 동원해 월드컵 준비를 했는데,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을 챙기지 않아 수천 명이 죽거나 다쳤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카타르에서 월드컵 경기장을 짓다 숨지거나 부상당한 노동자는 최대 6,500명으로 추산된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출신 노동자들은 섭씨 40도 이상의 무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작업했다.

ILO 회원국들은 "카타르는 올해 연례 총회의 의장국으로 부적합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회원국들은 카타르가 ILO나 국제 노조 기구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로 약속한 점을 인정한다며 카타르를 의장국으로 지명했다. 의장국 지명을 위한 투표도 생략했다.

알-마리 장관은 "카타르는 최저임금 도입, 가사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등의 노동 정책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하며 "카타르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ILO 총회는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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