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는 용기

입력
2023.06.17 00:00
22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지 나서 봐야 알 수 있다. 추현호 대표 제공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지 나서 봐야 알 수 있다. 추현호 대표 제공

대구청년센터의 청년 상담사로서 3년을 함께했다. 청년이 청년의 고민을 들어주고, 청년의 시각에서 청년에게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이야기를 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가 청년 상담소의 기획배경이었다.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청년의 상담소인 셈이다. 필자는 진로파트 그리고 창업파트에 대한 상담을 주로 진행했다. 청년 상담사로서 한 달에 3-4번 온오프라인 상담을 하면서 참 많은 청년들의 고민을 들었다. 그 기간 동안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 예,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닫힌 질문이 아니다. 뚜렷한 정답은 없어 다양한 생각이 해답이 될 수 있는 열린 질문이다. 그래서 참 어려운 질문이다. 무엇을 원하고 또 잘하는지 알 수 없어 멈춰버린 청년들의 고민이 바로 그 질문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기쁘다. 그 과정에서 행복하고 즐겁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필자가 상담소에서 만났던 청년들 대다수가 원하던 일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로 직업을 가지고 생존, 안전, 소속, 존경과 자아실현까지 이룰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좋아하지 않는데 생활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 속에서 일과 여가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까? 일하는 시간은 버티는 시간이고 쉬는 시간은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시간이 되었다. 반면 좋아하는 일을 바탕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그 좋아하는 일이 가져다주는 소득의 수준이 다소 낮더라도 높은 만족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또한 낮은 소득이 지속되면 처음 가졌던 보람과 의미가 흔들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선뜻 좋아하는 일을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잘하는 일을 하면 대체로 성과가 좋았고 그러면 자연스레 소득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은 경우가 많았다. 생활의 안정을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잘하는 일부터 시작을 해보라고 그렇게 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청년이 닥친 아이러니한 상황은 무언가를 잘하려고 하면 경험이 필수적인데 그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는 고민이었다. 회사에서는 경험이 적은 근로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회사는 회사대로 또 경력자, 유경험자를 선호하다보니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설 자리가 없다. 다수의 청년들은 경험 자체의 모수가 작으니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그리고 나아가서 그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 자체가 상당히 낯설고 어색한 질문이 되어버렸다.

좋아하는 일이 우선인지, 잘하는 일이 우선인지에 대한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우선 작은 경험들을 쌓아나가며 자신에 대한 해상도를 올려나갈 것을 현장에서 조언드렸다. 작은 경험이란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시작하기에도 겁이 나지 않는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결국 찾아낼 수 없다. 때론 생각을 멈추고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일들이 존재하고 나의 참여 자체를 기다리는 조직과 단체도 많다. 일손이 부족한 비영리, 제3의 섹터의 일들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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