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같기도, 구슬치기 같기도… ‘페탕크’를 아십니까?

컬링 같기도, 구슬치기 같기도… ‘페탕크’를 아십니까?

입력
2023.07.11 13:00
23면

<18> 프랑스 지역 놀이에서 비롯된 페탕크
산책하듯 즐기다 보면 어느새 5000보
프랑스 업무 관련자 중심으로 확대... "전용 경기장 설립이 목표"

서초 페탕크 클럽 회원들이 6월 20일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에서 경기를 마무리한 뒤 결과를 측정하고 있다. 페탕크는 공격구와 방어구 배치 등 전략을 잘 짜 목표 구인 뷧(빨간 공)에 가까이 안착한 팀이 승리하는 종목이다. 안다은 인턴기자

서초 페탕크 클럽 회원들이 6월 20일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에서 경기를 마무리한 뒤 결과를 측정하고 있다. 페탕크는 공격구와 방어구 배치 등 전략을 잘 짜 목표 구인 뷧(빨간 공)에 가까이 안착한 팀이 승리하는 종목이다. 안다은 인턴기자

무게 700g, 지름 7㎝ 남짓한 쇠공이 ‘퉁~’ 떨어지더니 묵직하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곳곳에 흩어진 다른 공들을 유유히 지나 붉은색 목표 공 바로 앞에 멈춰 선다. 그리고 “와~” 하는 탄성이 터진다. 명중이다.

지난 6월 20일 오후 2시. 서울 매헌시민의숲 농구장에서 ‘페탕크(Pétanque)' 한 판이 벌어졌다. 다소 생소한 이 실버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은 페탕크 양재숲클럽 회원들. 이날 모인 7명의 장 ∙ 노년들은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다.

이름도 생소한 페탕크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김종철(64) 한국불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페탕크는) 주로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유래돼 우리나라까지 건너온 구기 종목이다. 쉽게 말해 컬링이나 구슬치기와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주로 2, 3명씩 팀을 이뤄 겨루며, 쇠로 된 공(불ㆍBoule)을 상대보다 목표 공(뷧ㆍBut)에 더 가깝게 던지면 이긴다. 선수들은 경기장에 표시해 둔 동그란 원 위에서만 불을 던질 수 있다. 각 팀의 1번 주자가 불을 던지고 난 후부터는 상대보다 뷧에서 먼 쪽이 투구권을 얻는다.

서초 페탕크 클럽 회원들이 6월 20일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에서 목표 공인 뷧(빨간 공)을 향해 쇠공(불)을 던지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서초 페탕크 클럽 회원들이 6월 20일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에서 목표 공인 뷧(빨간 공)을 향해 쇠공(불)을 던지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표적에 더 가까이 도달한 쪽이 이긴다는 점에서 컬링과 비슷하다. 다만 페탕크는 플레이 도중 뷧이 움직이면 기준점이 되는 표적도 계속 변한다. 무엇보다 ‘한 번 던지면 끝’이다. 김 사무총장은 “(컬링에서처럼) ‘빗자루질’은 통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페탕크의 묘미”라고 웃었다. 매끈하게 잘 다져진 경기장보단 울퉁불퉁한 흙바닥 혹은 자갈 바닥이 더 매력적이라고 한다. 김 사무총장은 “국제 경기의 경우 자갈이 많이 깔려 있다. 그만큼 정확한 투구를 요구하기 때문에 실력이 확연하게 드러난다”라고 설명했다.

규칙이 쉽고 간단하지만 운동 효과는 충분해 최근에는 ‘뉴 실버 스포츠’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지 5년밖에 되지 않는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아직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불어 교사나 에어프랑스 직원 등 프랑스 관련 직종인 사이에선 이미 다 아는 스포츠다. 현재 수도권에는 7개 클럽 약 200명의 회원이 한국불스포츠협회(페탕크)에 소속돼 있다.

어르신들에 ‘안성맞춤’인 운동이기도 하다. 양재숲클럽 회원 조서연(67)씨는 “무리한 동작이 없고,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다”라며 예찬론을 폈다. 공을 던지고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걷기 운동도 된다. 김 사무총장은 “3시간 정도 경기하면 최소 5,000보 이상 산책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함께 전략을 세우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및 사고 능력이 높아지는 건 덤”이라고 덧붙였다.

고순금(왼쪽에서 4번째)씨 등 서초 페탕크 회원들이 6월 20일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에서 페탕크 경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고순금(왼쪽에서 4번째)씨 등 서초 페탕크 회원들이 6월 20일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에서 페탕크 경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최고령 고순금(95)씨도 매주 1, 2회 페탕크를 즐긴다. 고씨는 “페탕크 덕분에 신체는 건강해지고 성격도 활발해졌다. 지금이 90대의 봄날”이라고 했다. 장영자(79)씨 역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연습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프랑스에서 직접 기술을 배워 온 ‘유학파’ 김 사무총장과 불어 교사 출신 동료들은 코치진 역할을 한다. 화요일엔 서울 매헌시민의숲에서, 주말에는 경기 관문체육공원과 서울 경기고등학교에서 2, 3시간씩 즐기며 훈련한다.

아직 더디지만 조금씩 국제 무대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페탕크 6년 차 조서연씨의 경우 국가대표로 말레이시아, 스페인, 일본 등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조씨는 “그야말로 ‘민간 외교관’이 될 기회다. 국내에서도 1년에 4번 정도 공식 대회가 열리고 있어 실력을 쌓을 기회는 많다”라고 전했다.

진지한 모습으로 불을 투구하는 모습. 안다은 인턴기자

진지한 모습으로 불을 투구하는 모습. 안다은 인턴기자

한국의 페탕크 수준은 아시아 8위권으로, 아직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세계 40개국이 겨루는 세계 페탕크 선수권대회 본선 출전권은 꾸준히 획득하며 발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물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저변 확대가 최우선 과제다. 김 사무총장은 “페탕크 전용 경기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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