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서울청장만 반년째 처분 지연... 대검 "의견수렴 더 하라"

'이태원 참사' 서울청장만 반년째 처분 지연... 대검 "의견수렴 더 하라"

입력
2023.07.10 00: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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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불구속 기소' 보고에 보완 지시
대검 "전례 없는 사건, 전문가 검토 필요"
이상민 탄핵심판... 정무적 부담 관측도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검찰이 실무 책임의 가장 윗선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사법처리만 미적거리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올해 1월 김 서울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한 점을 감안하면, 반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이다. 검찰 지휘부는 “의견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처분에 계속 시간을 끌면서 정부 차원의 책임자 처벌이 무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팀·대검, 김 서울청장 처분 두고 '견해차'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서울경찰청 제공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서울경찰청 제공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올해 4월 김 서울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서울서부지검 보고에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라”며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등 현장 책임자를 구속기소할 때 사실관계는 거의 정리된 만큼 사실상 김 서울청장의 공범 여부에 관한 판단만 남은 상태였다. 대검 관계자는 “전례 없는 사건이라 전문가 등 각계 의견을 청취하고 판례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 이태원 참사 수사팀과 대검은 김 서울청장 처분 수위를 두고 일찌감치 견해차를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당초 김 서울청장의 권한과 책임이 크다고 보고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내기도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수사팀 안에서도 두 사안은 이견이 첨예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김 서울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 역시 전문가 자문이 필요하다는 대검의 보완수사 지시에 가로막혔다. 여기에 수사팀 파견검사들마저 복귀해 수사 동력은 더욱 꺾였고, 이 전 서장 등 구속 피고인 6명도 전원 석방됐다. 김 서울청장을 넘어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실질적 참사 책임자로 보는 유족 측 주장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셈이다.

대검 "법리 검토 더 필요하다"는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을 바라보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을 바라보고 있다. 하상윤 기자

대검은 추가 법리 검토 필요성을 이유로 내세운다. 김 서울청장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결과를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입증해야 성립한다. 이 전 서장 공소장엔 김 서울청장이 참사 전 화상회의에서 “핼러윈데이에 많은 인파 운집이 예상되므로 마포, 용산, 강남 등 3개 경찰서는 특별히 관련 점검과 필요한 대비를 하라”며 위험성을 인식한 정황이 나온다. 다만 이 전 서장이 김 서울청장에게 참사 전날과 당일 ‘신고처리 신속 대응, 공백은 없었음’ 등 상황보고를 한 점에서 예견 가능성에 다툼이 있을 수 있다.

법조계에서도 회피 가능성과 주의의무에 따른 적정한 지휘ㆍ감독의 구성을 까다롭게 본다. 검찰이 이 전 서장을 기소하면서 “구체적이고 특정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은 김 서울청장에게도 해당될 수 있지만, 구체적 인과와 과실의 공범 관계 입증은 쉽지 않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장 책임자의 ‘특이사항 없음’ 보고가 있었던 상황에서 인력을 언제, 얼마나 투입하라고 지시했어야 했는지, 그렇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등 법리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문제”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검찰의 정무적 고려를 의심하기도 한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이 장관 탄핵심판에 미칠 여파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김 서울청장을 덜컥 기소했다간 윗선으로 책임론이 번질 공산이 적지 않다. 반면 헌재법상 내달 7일 전에 이 장관 탄핵에 관한 판단이 나오면 검찰이 부담을 덜 수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이 장관 탄핵심판의 여러 쟁점을 헌재가 헌법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전제로 검찰이 사건을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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