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서봉총과 바이킹의 후예

경주 서봉총과 바이킹의 후예

입력
2023.07.13 17:30
수정
2023.07.13 18: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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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장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빌뉴스= 뉴스1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기존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유일하게 반대했던 튀르키예가 찬성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이후 209년간 유지해 온 중립국 지위를 포기한 스웨덴이지만, 최근 나토와 부쩍 가까워진 우리 입장에서는 교류·협력 증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우리와 스웨덴의 인연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경주시 노서동에 있는 서봉총은 1926년 발굴 작업이 진행됐다. 고고학에 관심이 많던 스웨덴의 구스타프 6세 국왕이 당시 왕세자 신분으로 일본 방문 중에 이 소식을 듣고 발굴 현장에 합류했다. 봉황 장식의 금관이 나오자, 스웨덴의 한자 표기인 서전(瑞典)의 ‘서’와 봉황(鳳凰)의 ‘봉’을 따 서봉총이 됐다.

□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9월 의료지원단을 가장 먼저 한국에 파견한 나라도 스웨덴이다. 1957년 4월 철수 때까지 1,000여 명의 인력이 수천km 거리인 극동의 전쟁터까지 찾아와 200만 명 이상을 치료했다. 우리의 무너진 의료 체계 복구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스웨덴은 1958년 국립중앙의료원 개원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스웨덴은 동시에 1973년부터 50년 동안 북한과 외교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몇 안 되는 유럽 국가다. 이 때문에 비교적 최근까지 북미 관계에서 두드러진 중재자 역할을 했다.

□2018년부터 진행된 북한 내 억류 미국인 석방 협상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열린 실무 회담도 스웨덴 정부의 역할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복지 정책과 가구업체 이케아,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바이킹의 후예로 더 익숙한 스웨덴이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는 최근의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하면,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미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고 싶다. 물론 그전에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끝나야 한다.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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