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이 아침을 소중하게 생각한 세 가지 이유

입력
2023.07.20 19:00
25면

편집자주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늘 새롭게 해석된다. 고전을 잘 읽는 법은 지금의 현실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 짓는가에 달렸다. 고전을 통해 우리 현실을 조망하고 이야기한다.

삽화=신동준기자

삽화=신동준기자


점점 늦어지는 요즘 생활패턴
건강ㆍ효율ㆍ정신 수양 위해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해야

'세상 재미있는 일은 모두 내가 자고 있을 때 일어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못 하는 이유다. 현대인의 취침 시간은 갈수록 늦어진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밤 12시 전에 자는 학생이 별로 없다. 직장인의 평균 취침 시간은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 기상시간은 아침 6시 30분이라고 한다. 주말에는 더 늦게 자고 더 늦게 일어난다. 어차피 깨어 있는 시간은 비슷하니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중국 당나라 명의(名醫) 손사막은 잠자는 시간, 잠자는 자세, 잠들 때의 마음가짐이 건강을 결정한다고 봤다. 그는 말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천금보다 좋은 처방이자 장수의 묘약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야말로 어떤 처방이나 보약보다 효과적인 장수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패턴이 밤 시간을 많이 활용하는 쪽으로 바뀌었지만, 인간의 신체 리듬은 여전히 해 지면 자고 해 뜨면 일어나게 맞춰져 있다. 밤 근무를 아무리 오랜 기간 했어도 좀처럼 적응하기 어렵고, 밤낮이 바뀌면 몸이 상하는 이유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건강의 비결이다.

둘째는 아침 시간의 효율이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허겁지겁 아침 먹고 출근하기 바쁘다. 옛날에도 농사짓는 사람들이야 눈뜨자마자 밥 먹고 일터로 나갔겠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조금 달랐다. 그들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먹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비었다. 새벽 5시쯤 일어나는데 아침을 8시에 먹으니까 3시간이 빈다. 보통 이 시간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다. 국왕도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먹기 전까지 신하 불러다 강의를 시키거나 업무보고를 받았다. 하루 중 가장 정신이 맑은 시간이 아침이니까. 이때 지적 활동을 하면 효율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셋째는 도덕적 측면이다. 맹자는 모든 사람이 선한 마음을 타고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세상에는 나쁜 사람투성이다. 맹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여기 민둥산이 있다. 원래는 나무가 무성했지만 나무꾼이 전부 베어가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밤이면 남은 그루터기에서 싹이 조금씩 자라난다. 하지만 아침이면 목동이 와서 소와 양을 풀어놓는다. 기껏 자란 싹을 먹어 치우니, 산에 나무가 다시 자랄 틈이 없다.

사람 마음도 이 민둥산과 같다는 게 맹자의 주장이다. 사람은 원래 선한 마음을 타고났는데, 살다 보면 세파에 찌들어 선한 마음이 상한다. 조용한 밤이면 선한 마음이 조금 회복되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세상사에 골몰하느라 선한 마음이 다시 상한다는 것이다. 맹자의 주장에 따르면 새벽이나 아침에는 인간이 도덕적으로 선량한 상태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쁜 짓을 하러 달려가는 사람은 없다.

아침 시간이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중국 양(梁)나라 원제(元帝)가 편찬한 찬요(簒要)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달려 있고, 한 해의 계획은 봄에 달려 있다.’ 하루의 시작인 새벽이 그날의 할 일을 계획하기 가장 좋은 때이고, 한 해의 시작인 봄이 그해의 할 일을 계획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는 말이다.

하루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날의 일과를 계획하는 사람의 하루와 아침마다 간신히 일어나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학교와 직장으로 가는 사람의 하루는 분명 다를 것이다. 건강이나 상황에 따라 아침 시간을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겠지만,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려고 올빼미처럼 밤낮을 바꿔 살면 곤란하다. 잠들 때나 일어날 때나 자괴감을 느낄 뿐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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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승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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