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100원 즉석밥 ②하림·신세계 참전...쿠팡 VS CJ 신경전 뜨거워진다

입력
2023.07.23 09:00
수정
2023.07.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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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하림 즉석밥' 100원에 판매
중소제품도 강화…'CJ 지우기' 나서
CJ제일제당은 '반쿠팡' 연대 강화

쿠팡에서 17일 오전 10시에 진행한 하림 더미식 즉석밥 할인 행사 상품 소개 페이지. 해당 상품은 5분 만에 품절됐다. 쿠팡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쿠팡에서 17일 오전 10시에 진행한 하림 더미식 즉석밥 할인 행사 상품 소개 페이지. 해당 상품은 5분 만에 품절됐다. 쿠팡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17일 오전 10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선보인 '즉석밥 100원 딜' 행사가 단 5분 만에 품절로 끝났다. '하림 The(더)미식'의 즉석밥 3개 세트(7,100원)를 100원에 내놓았는데 행사 전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이 몰렸다. 쿠팡은 이날 또 중견·중소 제조사들의 즉석밥을 최대 50% 할인 판매했다.

'초저가 마케팅'을 좀처럼 하지 않는 쿠팡이 여느 이커머스와 같이 100원 딜로 고객의 시선을 끈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회사 측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견·중소기업들의 제품을 고객에게 알리겠다는 뜻이라고 소개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납품 갈등을 빚어 발주를 중단한 CJ제일제당의 '햇반' 대신 중견·중소기업의 즉석밥을 대체 제품으로 키우려 한다고 봤다.

지난해 12월 마진율을 놓고 벌어진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가 협상이 반년이 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 업체는 여전히 "협상을 진행 중"이라지만 진전된 건 없어 보인다. 이 가운데 쿠팡이 즉석밥을 중심으로 'CJ 지우기'에 나서고, CJ제일제당은 다른 업체들과 '반(反)쿠팡' 연대를 키우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쿠팡, 중소 제품 강화하고…CJ제일제당 '반쿠팡' 연대 확대하고

쿠팡이 지난달 발표한 쿠팡 내 1~5월 중소기업 즉석밥 판매 성장률. 대형 기업 제품이 빠진 뒤로 쿠팡은 중소기업 제품 매출이 뛰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쿠팡 제공

쿠팡이 지난달 발표한 쿠팡 내 1~5월 중소기업 즉석밥 판매 성장률. 대형 기업 제품이 빠진 뒤로 쿠팡은 중소기업 제품 매출이 뛰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쿠팡 제공


발주가 중단된 이후로 쿠팡 고객들은 '햇반', '비비고' 등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들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없다. 다만 쿠팡이 직매입하는 것이 아닌 개인 판매자가 쿠팡에서 판매하는 오픈마켓 상품은 긴 배송 시간을 들여 살 수 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의 제품이 로켓배송에서 빠진 뒤에도 중견·중소기업의 상품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식품 판매 비중이 오히려 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쿠팡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1분기 식품 판매액은 1년 전과 비교해 20% 증가했다. 특히 1~5월 일부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약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약 100배 성장했다. 독과점하던 대형 기업(CJ제일제당)이 빠지면서 고객이 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쿠팡의 주장이다.

반면 CJ제일제당은 보란 듯이 쿠팡의 경쟁사들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이달 초부터 쌀 품종 '골든퀸 3호'를 사용해 만든 프리미엄 상품 '햇반-골든퀸쌀밥'을 컬리에서 단독 판매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SSG닷컴, G마켓 등 신세계그룹의 유통망을 통해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비건 캔햄도 단독 출시할 계획이다. 또 네이버의 빠른 배송 서비스인 '도착보장'에 입점하고, 11번가의 익일배송 할인 행사에 참여하는 등 고객이 로켓배송 외에 다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반년 넘은 싸움…왜 안 끝나나

CJ제일제당이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선보인 신제품 '골든퀸쌀밥' 진열 모습. 해당 제품은 컬리를 통해 단독 판매 중이다. 이소라 기자

CJ제일제당이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선보인 신제품 '골든퀸쌀밥' 진열 모습. 해당 제품은 컬리를 통해 단독 판매 중이다. 이소라 기자


두 업체가 장기간 기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는 앞으로 있을 다른 업체와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업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플랫폼의 힘이 커지면서 제조사의 유통 장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쿠팡 역시 높은 마진율을 유지해야 다른 업체와 협상에서도 유리할 수 있어 쉽게 물러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반년이 넘은 갈등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J제일제당의 행보가 쿠팡에 큰 위협이 안 될 것이란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이 단기적인 마케팅 위주로 움직이고 있고 다른 채널을 통해 단독 판매하는 이색 신제품 역시 오리지널 햇반처럼 메인스트림에서 대중적으로 팔릴 상품은 아니라 시장 전체를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CJ제일제당도 쿠팡에 납품하던 물량을 네이버 쇼핑과 나머지 온라인 플랫폼에 돌리면서 수익률을 보전하고 있어 버틸 수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합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업계 1위인 두 업체 모두 납품 계약으로 취할 이득을 포기하긴 어렵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에 '영원한 적'은 없다"며 "결국 서로의 감정보다는 숫자가 우선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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