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흙으로 돌아가기보다"…4명 살리고 떠난 20대 여성

입력
2023.07.31 14:47
수정
2023.07.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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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전공해 가게 준비하던 장태희씨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4명에 장기기증

심장과 간장, 양측 신장을 4명에게 기증한 장태희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심장과 간장, 양측 신장을 4명에게 기증한 장태희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장태희(29)씨가 지난 7월 15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에서 심장과 간장, 양측 신장을 4명에게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고 31일 밝혔다. 장씨는 지난 5월 20일 자주 찾던 카페에 차를 타고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장씨는 생전 장기기증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평소 가족에게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건데 나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이 말을 기억해 유언처럼 그 뜻을 이뤄주고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딸이 간절히 이식을 기다리는 생명을 살리고,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될 것 같다고도 했다.

경북 칠곡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장씨는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자상한 성격이었다. 장씨는 그림 그리기와 프랑스 자수를 좋아해 디자인을 전공한 뒤 가게를 준비 중이었다.

심장과 간장, 양측 신장을 4명에게 기증한 장태희(오른쪽)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심장과 간장, 양측 신장을 4명에게 기증한 장태희(오른쪽)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장씨의 어머니 한정예씨는 "사랑하는 내 딸 태희야. 다음 생애에는 더 밝고 씩씩하게 긴 생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좋겠다"면서 "아빠, 엄마, 오빠가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잊지 않고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살게.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자"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힘든 순간에 또 다른 아픈 사람을 위해 기증을 선택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기증자와 유가족의 아름다운 생명 나눔의 실천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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