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증여 공제 받고 파혼하면 어쩌나... 3개월 내 반환해야

입력
2023.08.02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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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범위', 법적 분쟁 유발할 수도
현금 받아 산 집, 파혼 후 소유권은?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는 혼인에 따른 증여세 공제액 한도 확대를 추진하면서 '파혼 대처법'도 담았지만 아직 빈틈이 많다. 파혼 3개월 안에 돌려받으면 세금을 물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파혼의 범위'부터 정해야 한다. 또 부모가 준 현금으로 구매한 아파트를 파혼 후 되돌려줄 경우 현금 대신 건물로 반환할 수 있는지 등도 결정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결혼 전후 2년씩 4년간 증여한 재산 1억 원에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했다. 관련법이 연말 국회에서 순조롭게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혼인 시 증여재산 공제액은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커지게 된다. 신혼부부가 양가 부모에게 1억5,000만 원씩 3억 원을 받을 경우 1,940만 원이던 증여세는 0원으로 떨어진다.

개정안에는 증여재산을 돌려줄 때 과세 방식인 '반환특례'도 들어 있다. 아파트, 자동차, 현금 등 증여재산을 혼인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발생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환하면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

예컨대 혼인을 약속한 자녀에게 5억 원짜리 아파트를 물려줬다면 1억5,000만 원을 뺀 3억5,000만 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부모가 파혼 3개월 내에 아파트를 돌려받으면 증여세는 따로 내지 않는다. 증여재산이 부모→자식, 자식→부모로 두 번 이동하기 때문에 증여세도 두 번 물어야 한다는 상속·증여세법 원칙에 예외를 둔 규정이다.

기재부는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당한 사유'를 시행령에서 정할 예정이다. 예비부부가 사망, 금전적 문제 등으로 예기치 못한 파혼을 하는 경우가 정당한 사유의 예시로 거론된다. 만약 정당한 사유가 생긴 지 3개월이 지났다면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 부모가 증여재산을 돌려받더라도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 발생일로부터 6개월 이내라면 재산을 반환해도 최초의 증여인 '부모→자식 증여'에는 세금을 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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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후라면 '부모→자식'은 물론 자식이 부모에게 반환한 경우도 과세 대상으로 봐 증여세를 두 번 낸다. 파혼 3개월 이후에는 자녀에게 결혼자금으로 이미 물려준 재산을 돌려받는 대신 증여를 확정 짓는 게 오히려 세금을 아낄 수도 있다.

일각에선 정당한 사유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법적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무당국이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납세자의 조세 불복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추후에 ‘정당한 사유’로 열거할 파혼 사유를 두고 해석 싸움을 할 수 있어서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만 봐도 '집주인이 갱신 거절 뒤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집주인은 갱신 거절로 세입자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조항을 놓고 진행 중인 소송이 있다.

증빙서류 없이 예비부부 사이에서 구두로 이뤄질 때가 많은 파혼의 시점을 어떻게 특정할지도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파혼도 다양한 사례가 있어 '정당한 사유'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수억 원의 결혼자금을 받아 아파트, 혼수 등을 장만한 뒤 파혼했을 경우 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돌려줄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 가전제품 등을 팔아 현금화해 부모에게 반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구입비 중 자녀 재산이 섞여있을 때 아파트 소유권은 부모-자녀 중 누구에게 있는지, 공동명의라면 누가 지분을 얼마나 가지는지도 조율이 필요하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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