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오삼이' 사망은 예견된 사고... 전문가들 "너무 아쉬워"

반달곰 '오삼이' 사망은 예견된 사고... 전문가들 "너무 아쉬워"

입력
2023.08.02 09:00
수정
2023.08.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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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의원실 등 KM-53 좌담회
반달곰 오삼이 사망 계기로
종 복원 사업 방향 등 짚어 봐야


'콜럼버스 곰'이라 불리던 반달가슴곰 오삼이(KM-53)가 8세의 나이로 숨졌다.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제공



"서식지 안정화 사업을 더 빨리 제대로 시작했다면, 반달가슴곰 오삼이가 이렇게 죽진 않았을 텐데 너무 아쉽습니다."


지리산을 거쳐 수도산, 덕유산, 가야산을 옮겨 다녀 이른바 '콜럼버스 곰', '오삼이'로 불렸던 반달가슴곰 KM-53(국내에서 태어난 53번째 수컷 반달가슴곰)의 사망을 놓고 전문가들은 예견된 사고였다며 서식지 연결과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달가슴곰 KM-53 폐사, 어떻게 볼 것인가?' 좌담회에서는 KM-53 관리의 적절성과 내년 20주년을 앞둔 반달가슴곰 종 복원 사업의 방향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좌담회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한국환경생태학회, 한국생태학회 보호지역분과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 주관했다.

이은주 의원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반달곰은 85마리다. 야생활동에 적응하지 못하고 양봉지 피해 등을 발생시켰다는 이유로 회수된 개체수는 19마리에 달한다. 반달가슴곰은 2004년 6마리를 처음 도입∙방사한 이후 2009년부터 자연 출산이 이뤄지면서 이제는 도입보다 자연 출산으로 인한 개체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더욱이 2년 미만의 곰에는 위치추적장치(GPS)를 달 수 없기 때문에 실제 개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방사 초기에 도입한 반달곰 추적관리 제도를 유지하는 게 적절한지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삼이 개체 복지에 더 신경 썼어야

국립공원공단 관계자가 오삼이의 죽음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이은주 의원실 제공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6월 13일 KM-53이 경북 상주시 민간 100m 주변까지 접근하는 등 인명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마취를 시도했고, 마취총에 맞은 KM-53이 이동하다 계곡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KM-53은 공단의 기준에 따르면 이미 회수됐어야 하는 개체지만 유명세와 상징성 때문에 회수조치하는 대신 24시간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영철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오삼이가 수도산으로 갔을 때부터 (죽음이) 예측됐다"며 "위험요소 제거 등 서식지 관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곰의 움직임보다 행정적 뒷받침이 느렸다"며 "오삼이가 국립공원 밖으로 나간 이후에도 서식지 연결과 서식지 안정화 대책에서 소홀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덕유산과 가야산, 지리산을 묶는 서식권역을 확대하는 사업을 일찍 시작했다면 오삼이가 좀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현재 덕유산에서 머물고 있는 3마리 역시 배우자 경쟁에서 밀려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도 유사한 요인으로 서식지를 벗어나게 되면 사람과의 마찰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달가슴곰 KM-53 폐사, 어떻게 볼 것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은주 의원실 제공

이항 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도 "종 복원 사업에서 오삼이와 같은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어야 한다"며 "복원 사업 시 개체 동물의 복지는 희생시켜도 된다는 시대는 지났으므로 개체 복지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팀장도 공단이 민원 발생을 줄이기 위한 개체 추적에만 집중해 왔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팀장은 "종 복원을 사업한 지 20년이 된 지금 개체수 증가가 아닌 서식지 안정화 중심으로 복원사업 목표를 변경한다 했지만 여전히 준비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사람들은 오삼이를 영화 '트루먼 쇼'처럼 마치 TV 속에서만 보는 존재처럼 대해 온 것 같다"며 "오삼이는 24시간 추적당하고 격퇴당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였을 텐데 꼭 개체 모니터링이 필요했는지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국립공원 이외 종합 관리 체계 구축해야

경북 구미시 금오산에서 발견된 반달가슴곰 KM-53의 생전 모습. 구미시 제공

앞으로 반달곰 종 복원 사업에 필요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항 명예교수는 먼저 반달곰 관리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닥친 현안 처리에만 집중해온 것 같다"며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내 곰들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립공원 이외의 지역을 총괄하는 관리체계를 환경부가 제대로 구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종 복원 사업은 곰만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로 인해 생태 축이 복원되고,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다 혜택을 본다"고 덧붙였다.

반달곰이 출현할 수 있는 민가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방사하는 동물의 개체 복지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곰은 굉장히 똑똑해 먹이를 더 쉽게 얻을 방법을 학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곰들이 민가에 아예 가지 않도록 하는 건 불가능하므로, 복원을 통해 사람과 같이 살기로 한 이상 민가에 곰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GPS를 통한 모니터링의 경우 동물 복지를 훼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점검하는 등 방사 시 동물의 복지 위험도를 평가할 제도나 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야생동물 복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곰들이 국립공원 밖으로 나갔을 때 지자체와 환경청의 협조를 위해 공존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개체 수가 많다는 우려에 따라 반달곰이 활동하는 지리산과 덕유산, 가야산, 수도산을 포함해 적절한 개체 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은주 의원은 "85마리라는 개체수만 보면 반달곰 복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과연 이 사업이 성공한 게 맞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남은 곰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며 입법∙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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