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잼버리 파행'에도 책임 전가만 반복하는 정치

입력
2023.08.06 19:30
2면
구독

與 "文 정부 '틀'대로 잼버리 준비"
野 "尹 정부 '남 탓' 반복 지겨워"
각 당 내에선 "사태 극복 집중하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버스에 짐을 싣고 있다. 부안=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버스에 짐을 싣고 있다. 부안=연합뉴스

여야가 연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과 관련해 전·현직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개최지 선정과 대회 유치는 물론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문제에도 안일하게 대응해 발생한 인재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작 여야가 '제 눈의 들보'는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여야 내부에서도 "더 이상 한심한 '네 탓 공방'은 그만두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與 "책임 소재 따지자면 文 정부 탓"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잼버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적극 얘기가 나왔던 행사였고, 이후 일사천리로 잼버리 지원 특별법까지 제정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6년간 약 1,000억 원이 투입됐는데 이렇게 행사가 미흡할 수 있는지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전북도지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에도 그는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5년간 행사 준비 틀을 깨지 않은 채,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지사를 중심으로 대회를 준비했다"며 전 정부와 민주당을 겨냥했다. 여권에서는 대회 종료 이후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분위기다.

새만금 잼버리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후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유치가 확정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여 준비 기간이 있었고,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폭염 대책 등을 묻는 이원택 민주당 의원에게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나중에) 보고드리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모든 책임을 '문재인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돌리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野 "조직위원장 5명 중 3명이 尹 정부 장관"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대근 기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대근 기자

민주당은 잼버리 사태를 정쟁화하는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반박했다.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까지 개영식에 참석해 전폭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가 잼버리 대회를 악몽으로 만들어 놓고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잼버리 대회 조직위원장 5인 중 3인이 중앙부처 장관이다. '잘되면 내 탓, 안 되면 남탓' 윤석열 정부 레퍼토리는 지겹다"고 날을 세웠다. 윤영찬 의원도 "지난 1년간 정부·여당이 집권세력으로서 한 일이 없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여성가족위 등 관련 상임위 등에서 잼버리 대회 준비 부족을 거론하지 않았다. 정부 역시 지난 3일 잼버리 대회 참가자 가운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야서도 "남 탓 대신 사태 수습·국가신뢰 회복부터"

반복되는 전·현직 정부 책임 공방에 국민의힘에서도 '전 정부 책임론'의 유효기간이 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정부를 거론할수록 국민들의 피로가 가중되고, 2년 차를 맞은 정부의 미숙한 국정운영만 부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오는 11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정쟁보다 국가신뢰 회복에 주력해야 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대선에서 승리한 지 1년 5개월이 넘었는데 언제까지 남 탓으로 허송세월할 것이냐. 잘못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무사히 행사를 마무리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안전사고 없이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집중할 때"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5선의 이상민 의원이 "지금 '네 탓 공방'이 무슨 의미가 있냐. 강성들은 뒤로 물러나고 사태 수습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잼버리 파행이 '제로섬 대결'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잼버리조직위원회가 양쪽 정권에 겹쳐 있었고,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양극화 국면에서 상대 잘못만 지적하면서 국민 피로만 쌓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가 이미지가 걸린 사안인 만큼 정부와 여야가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 사흘째 현장 점검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을 찾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을 찾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새만금 잼버리 현장을 찾아 긴급지시 이행상황을 점검했다. 한 총리는 지난 4일부터 사흘째 잼버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날은 잼버리조직위 공동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끊임없이 현장을 돌아보며 문제점을 파악해 확실히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영지 외곽에 있는 시설을 무작위로 불시 점검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조직위에는 △긴급 추가 인력에 충분한 물 공급 △영외활동 버스 배차 간격 단축 △다양한 대안 교통편 마련 등을 주문했다. 이 장관에게는 "참가자들이 영외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교통안전에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김민순 기자
나광현 기자
박세인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