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7000명 새만금 철수 작전... 대학들 '잼버리 대원 구하기' 해결사로

3만7000명 새만금 철수 작전... 대학들 '잼버리 대원 구하기' 해결사로

입력
2023.08.08 20:40
수정
2023.08.08 22: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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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걸려 전원 철수... 128곳 분산
대학 등 민간 협조 덕 '숙소대란' 피해
생필품 준비, 체험프로그램 마련 총력
11일 밤 상암 'K팝 콘서트' 대미 장식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우크라이나 대원들이 8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우크라이나 대원들이 8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친구들을 만나 즐거웠는데 벌써 헤어져 너무 슬펐어요. 여기까지 힘들게 왔지만, 서울 거리도 걷고 조각상도 보고 싶어요.”

8일 오후 4시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도착한 구아 아쿠에(16)는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만감이 교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토고 대표단으로 이날 아침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토고 외에도 세르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4시간 버스를 타고 송도로 이동했다.

폭염에 고생이 심했는지, 대원 숙소로 마련된 송도학사 A동 기숙사로 향하는 대원들의 얼굴은 대부분 빨갛게 익어 있었다. 온몸도 땀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새로운 잼버리 여정을 떠올릴 땐 미소가 피어났다. 리투아니아 대표단 지도자 아그네는 “야영지를 떠난 건 아쉽지만,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루바 대표단 지도자 에드워드 룩후도 “아이들도 건강을 되찾아가고, 태풍을 피해 안전하게 지낼 공간이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대규모 수송... 새 보금자리로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 주차장에 비상 대피 지원 버스들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1,014대 버스가 대원 3만7,000여 명을 서울, 인천 등 전국 각지로 실어 날랐다. 부안=연합뉴스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 주차장에 비상 대피 지원 버스들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1,014대 버스가 대원 3만7,000여 명을 서울, 인천 등 전국 각지로 실어 날랐다. 부안=연합뉴스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앞서 조기 퇴영한 영국ㆍ미국ㆍ싱가포르 스카우트를 제외한 156개국 3만7,000여 명이 새만금에서 철수했다. 오전 9시 대만 스카우트를 태운 첫 버스를 시작으로 1,014대가 차례로 각자 행선지로 출발했다. 워낙 대규모 이동이다 보니 모두 빠져나오기까지 꼬박 12시간 넘게 걸렸다.

공중에서 바라본 수송 작전은 명절 대이동을 연상케 했다. 종일 전세버스 행렬이 긴 꼬리를 물었다. 세종시의회, 대전하나시티즌 축구단 버스까지 눈에 띌 정도로 버스 총동원령이 내려진 듯했다. 자원봉사자 김모(42)씨는 “앞으로 부안에 이렇게 많은 버스가 올 일이 있을까 싶다”며 “5만 명인 부안 인구 70% 이상이 빠져나간 셈”이라고 놀라워했다.

대원들은 수도권과 충청, 전북 등 8개 시ㆍ도에 분산 배치됐다. 경기도가 가장 많은 88개국 1만3,568명(64곳)을 수용했고, 서울에는 8개국 청소년 3,133명이 17곳에 머무를 예정이다. 인천에도 27개국 3,256명(8곳)이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포스코 인재창조원 등에서 숙박한다. 조직위는 “각국 스카우트연맹이 같은 나라 참가자끼리 한 곳에서 지내기를 요청해, 숙소를 공공기관ㆍ기업 연수원과 대학 기숙사 등 대규모 인원 수용이 가능한 곳 위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역 요원도 24시간 상주한다.

조직위 설명처럼 여름방학을 맞아 빈 대학 기숙사는 대원들 보금자리로 제격이었다. 국제캠퍼스 기숙사엔 벨기에 대원 1,200여 명 등 2,000여 명이, 명지대 서울캠퍼스와 용인캠퍼스엔 1,700여 명이 묵는다. 이 외에도 성균관대 서울캠퍼스, 서울시립대, 백석대, 원광대 등이 세계 청소년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줬다.

비상 걸린 대학·지자체, '손님맞이' 총력

8일 오후 인천 연수구 연세대 국제캠퍼스 송도학사A동 1층에 이불, 휴지, 비누 등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한 생필품이 준비돼있다. 서현정 기자

8일 오후 인천 연수구 연세대 국제캠퍼스 송도학사A동 1층에 이불, 휴지, 비누 등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한 생필품이 준비돼있다. 서현정 기자

대학들은 갑자기 찾아온 손님맞이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었다. 대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생필품을 마련하고 식당ㆍ청소노동자 인력을 충원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연세대는 인천시가 제공한 비누, 휴지 4,000세트와 여분의 이불, 베개 등을 구비해뒀다. 서울시립대는 교직원 식당 운영을 잠시 중단하고 조리 인력 전원을 기숙사 식당에 투입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학교 투어를 비롯한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재학생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명지대 총학생회와 사회봉사단은 대다수가 청소년인 대원들의 안전관리를 돕기로 했다. 명지대 관계자는 “전날 밤부터 급하게 준비했는데 총학생회가 협조해 줘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물론 짧은 준비 기간 탓에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기숙사에 남은 많은 학생들이 대원 수용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사는 1학년 신모(19)씨는 “버스가 들어오는 걸 보고서야 스카우트 대원 도착 사실을 알았다”며 불만을 표했다.

각 지자체도 잇단 천재지변에 우여곡절을 겪은 대원들에게 한국의 멋과 낭만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여러 준비를 했다. 서울시는 박물관과 미술관 운영 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고, 야경 관광, 명산 트레킹, 한강페스티벌, 광화문광장 서머페스티벌 등 각종 프로그램 참여를 지원한다. 경기도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야간 관람과 한국민속촌 체험 등을, 충북도는 옛 대통령별장인 청남대와 단양 도담삼봉 관광, 구인사 템플스테이 견학 등을 마련했다.

대원들이 가장 기대하고, 잼버리의 대미를 장식할 K팝 콘서트 및 폐영식 장소 역시 11일 오후 7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으로 확정됐다. 인기 아이돌그룹 뉴진스와 있지(ITZY), 권은비 등이 무대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장수현 기자
김표향 기자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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