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 졸라 죽이고 영상 유포한 학대자 집행유예

입력
2023.08.24 16:00
수정
2023.08.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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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행동 카라 "솜방망이 처벌" 규탄


지난해 1월 경남 창원시에서 무참히 살해된 고양이 두부 생전 모습(왼쪽 사진)과 이후 밥 자리에 놓인 국화꽃. 카라 제공

지난해 1월 경남 창원시에서 무참히 살해된 고양이 두부 생전 모습(왼쪽 사진)과 이후 밥 자리에 놓인 국화꽃. 카라 제공

지난해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이고 이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 채팅방에 올린 20대 조모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동물단체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규탄했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는 23일 1심에서 맨손으로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이고 영상을 온라인 채팅방에 유포한 조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동물학대행위를 조장하고 해외 동물학대 영상을 게시한 운영자 30대 백모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을 구형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조씨는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인다'는 문장을 줄인 '고목죽'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면서 실제 고양이를 목 졸라 살해하고 그 내용을 채팅방에 공유했다. 채팅방 운영자 백씨는 지난해부터 고양이 학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을 직접 개설하고 채팅방 참여자들이 학대 영상물을 공유하도록 부추겼다. 또 디스코드, 텔레그램 등의 익명성이 강화된 채팅방으로 옮겨서 활동을 이어가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23일 부산지법 앞에서 고양이 학대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23일 부산지법 앞에서 고양이 학대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카라는 이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1, 2차 서명에 총 2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카라는 시민 탄원서와 함께 피고인 백씨의 방조 혐의를 입증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카라는 23일 부산지법 앞에서 해당 사건 선고 전 이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최민경 카라 정책변화팀장은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남 창원시 한 식당에서 기르던 동네 고양이 '두부'를 시멘트 벽에 16차례나 내리쳐 잔혹하게 죽인 범인과 경북 포항 한 폐양어장에서 포획한 동네 고양이 16마리를 가둔 뒤 학대하거나 살해한 범인도 각각 집행유예를 받았다.

동물학대 채팅방 운영자가 익명성이 강화된 채팅방으로 옮겨가기를 권유하는 내용(왼쪽)과 고양이를 죽인 학대자가 채팅방에서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화창.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동물학대 채팅방 운영자가 익명성이 강화된 채팅방으로 옮겨가기를 권유하는 내용(왼쪽)과 고양이를 죽인 학대자가 채팅방에서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화창.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최 팀장은 "동물학대에 대한 양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며 "고양이들을 학대하고 그 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하며 즐긴 피고인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학대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플랫폼 운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동물학대 영상 유통방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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