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해병대 대령 "VIP 격노했다 들어"...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기각

입력
2023.08.30 08:48
수정
2023.08.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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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령,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진술서 제출

고(故) 채 상병 사망사고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8일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고(故) 채 상병 사망사고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8일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 인권위원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군인권보호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해 군인권센터가 지난 14일 제출한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및 징계 중지, 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 등 긴급구제 조치를 취해달라는 신청을 기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하는 필요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관해 전체 인권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됐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박 대령이 법원에 보직해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이미 견책 징계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긴급구제를 통한 피해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인권위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사건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경위와 적절성 여부,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개시 경위 등에 대해서는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박 대령은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8일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이런 내용이 담긴 사실관계 진술서를 제출했다. 진술서에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 대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쯤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경북경찰청에 이첩해야 할 수사 결과를 보고했지만, 이튿날 이첩이 취소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진술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3시 18분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해 사건 서류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고 지시했다. 박 대령이 김 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하자, 김 사령관은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간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 대령이 "정말 VIP가 맞습니까"라고 묻자 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는 정황도 진술서에 명시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29일 박 대령의 진술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 해병대사령부를 방문해 김 사령관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은 조사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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