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美 행정부, 중동에도 AI반도체 수출 제한했다"

입력
2023.08.31 13:00
수정
2023.08.31 14: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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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중재자' 자처하는 중국 견제 움직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정부가 중국에 이어 중동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엔비디아로 하여금 인공지능(AI) 반도체 판매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위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핵심 부품이다. AI 기술 패권 다툼을 경계하는 미국이 중국·러시아뿐 아니라 중동에도 경고장을 내민 셈이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8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는 중동에 있는 일부 국가를 포함해 특정 고객과 다른 지역에 A100과 H100 제품군을 판매하려면 추가로 허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통지했다"며 "이에 A800이나 H800같이 라이선스 요구 사항이 적용되지 않는 대체 제품을 중국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다만 엔비디아는 중동의 어느 국가가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는 알리지 않았다.

A100과 H100은 엔비디아의 AI용 GPU다. AI가 방대한 양의 텍스트나 이미지, 숫자 등을 학습하는 작업의 필수품이다. 엔비디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AI 기술 발전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지난해 8월부터 엔비디아가 A100과 H100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던 엔비디아가 중국 판매용으로 성능이 저하된 H800, A800 모델을 개발했다.

미국 정부가 중동의 엔비디아 칩 구매를 제한한 것은 최근 중국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중동과 밀착하는 움직임을 경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은 중동 지역과 교역량을 늘리는 동시에 외교 분야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인공지능 프로젝트 협업에 나서기로 한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당분간 중동 지역에도 성능이 낮은 칩을 판매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챗GPT 이후 생성형 AI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뿐 아니라 각국이 엔비디아 칩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AI 역량 강화를 위해 엔비디아 칩 구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새로운 제한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수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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