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김명수 "사건 처리 신속성 치우치지 말아야"

입력
2023.09.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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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사서 재판지연 문제 해결 강조
"법관, 사법부 독립 수호 앞장서야"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마지막까지 '좋은 재판'을 언급하면서 재판 지연 문제 해결과 사법부 독립 수호를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좋은 재판'은 국민이 이를 체감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임 기간 재판 지연 문제가 유례 없이 악화했는 데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해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대법원장은 다만 '신속성'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방향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재판의 양과 질,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충실성 중 어느 하나의 가치에만 치우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 독립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의 재판에 대한 우위 현상은 사법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법관의 내부적 독립은 한층 공고해졌다"고 자평한 뒤 "사법부의 독립된 법관들은 단호한 의지와 불굴의 용기를 갖고 재판과 사법부 독립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실형 선고 논란을 의식한 듯 "공정성과 중립성의 외관이 추호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저의 불민함과 한계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못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모든 허물은 저의 탓으로 돌려 꾸짖어주시되, 오늘도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밤을 낮 삼아 열심히 일하는 사법부 구성원들에게는 따뜻한 격려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24일까지다. 국회는 이르면 25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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