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소싸움 예산 미편성에 동물단체들 "환영, 전국 소싸움 폐지해야"

입력
2023.10.19 18:50
수정
2023.10.19 23:01
구독

전북 정읍시 내년도 소싸움 예산 미편성
동물단체들 "다른 지자체도 소싸움 폐지해야"


18일 충북 보은군에서 열린 '제14회 보은 소 힘겨루기 대회'에서 황소들이 모래판 위에서 힘 대결을 하고 있다. 보은=연합뉴스

18일 충북 보은군에서 열린 '제14회 보은 소 힘겨루기 대회'에서 황소들이 모래판 위에서 힘 대결을 하고 있다. 보은=연합뉴스

전북 정읍시가 소 힘겨루기(소싸움) 대회 폐지 수순에 들어가면서 동물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동물단체들은 나아가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는 다른 지역들도 소싸움 폐지를 결단할 것을 촉구했다.

19일 정읍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 달 소싸움 대회를 열되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정읍시는 동물학대 비판에 따라 2019년부터 4년간 소싸움 대회를 열지 않았다. 또 앞서 이학수 정읍시장은 지난 3월 "2024년도 예산 편성 전까지 소싸움 대회에 대한 대안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정읍시는 소싸움 대회에 2017년 4억4,000여만 원, 2018년 3억7,000여만 원, 2019년 2억2,000여만 원, 2020년 1억4,00여만 원을 편성했다. 이후 구제역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회가 열리지 않았고 올해는 2억8,500여만 원이 책정됐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4년간 대회가 열리지 않아 싸움소 농가가 많이 줄었고 사회적 인식도 변화해 내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며 "폐지가 확정된 건 아니고 내년 상황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는 성명을 내고 "소싸움 대회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정읍시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이 소싸움 대회를 개최하는 타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경북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힘겹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도=뉴시스

지난해 3월 경북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소들이 힘겹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도=뉴시스

전국 1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열리는 소싸움 대회는 그동안 동물학대 비판을 받아왔다. 정읍녹색당과 동물단체들은 소싸움 대회는 온순한 초식동물인 소를 서로 싸우게 만들어 소가 죽거나 큰 부상을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또 미꾸라지, 뱀 등 보양식을 먹이고 비탈길 달리기, 폐타이어 끌기 등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비인도적 행위가 자행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북 완주군도 2019년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된 뒤 2020년부터 지금까지 대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으며 올해 관련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다.

경남녹색당은 지난 10일 소싸움 발상지 진주 전통소싸움경기장 입구에서 소싸움 폐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남녹색당 제공

경남녹색당은 지난 10일 소싸움 발상지 진주 전통소싸움경기장 입구에서 소싸움 폐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남녹색당 제공

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소싸움 대회에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경남 진주시에서는 올해도 11일부터 5일간 소싸움 대회가 개최돼 시민단체가 항의하기도 했다. 경남녹색당은 소싸움 발상지인 진주시 소싸움경기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를 역행하는 소싸움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예산 편성 중단과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지역 축제 대안을 찾는 등의 행정적 노력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6월 경북 청도군에서도 구제역 여파로 중단됐던 청도 소 힘겨루기 경기가 재개되자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무엇보다 소싸움의 궁극적인 폐지를 위해 현행 동물보호법의 단서 조항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동물보호법 제10조 2항 3호에 따르면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규정해, 지자체가 주관‧주최하는 소싸움은 동물학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