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에 카카오T 멈춘다면… 책임 피할 '꼼수' 막혔다

입력
2023.10.29 13:54
수정
2023.10.29 15: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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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호출 플랫폼, 불공정약관 시정
서비스 탈퇴 시 유상 쿠폰·포인트 환불

김동명 공정거래위원회 약관특수거래과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우티, 티머니 등 6개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약관 심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명 공정거래위원회 약관특수거래과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우티, 티머니 등 6개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약관 심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T 같은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이 해킹 등으로 멈춰 승객 발을 묶어도 책임을 피할 수 있었던 불공정 약관이 시정됐다. 고객이 택시 호출 앱을 탈퇴할 때 유상으로 산 쿠폰·포인트를 환불받을 길도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약관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심사는 시장 점유율 90%를 넘는 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해 6개 사업자의 약관을 대상으로 했다.

6개 택시 호출 플랫폼을 쓰는 사람은 2021년 12월 기준 월 1,230만 명에 달하지만, 이용자에게 불리한 약관이 수두룩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장애 발생·디도스(DDoS) 공격을 불가항력에 준하는 사유'로 지정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IDC는 서버를 모아 운영하는 시설로 호출 플랫폼이 승객과 택시를 연결해 주는 '기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약관을 적용하면 관리 소홀에 따른 IDC 화재, 디도스 공격 등으로 호출 앱이 먹통이어도 사업자는 책임지지 않는다. 공정위는 면책 조항으로 천재지변 외에 다른 변수도 추가한 이런 약관이 공정하지 않다고 봤다. 온라인을 활용하는 플랫폼 사업자 특성상 IDC 장애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디도스 공격에 대한 방어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택시 호출 서비스 탈퇴 또는 이용계약 해지 시 고객이 보유하고 있던 쿠폰, 포인트를 유·무상 취득 여부에 관계없이 자동 말소하는 조항도 문제 삼았다. 사업자가 고객에게 부담하는 손해 배상액을 10만 원 이하로 두거나, 보험 조건을 넘는 손해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약관 역시 공정위에 걸렸다.

6개 플랫폼 사업자는 공정위가 심사에 착수하자 관련 약관을 모두 고쳤다. IDC 장애·디도스 공격에 따른 서비스 제공 중단 때 책임을 지고, 서비스 탈퇴·이용계약 해지 시 유상 구매한 쿠폰·포인트를 환불해 주는 식이다.

김동명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이번 심사는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부담할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며 "서버·인터넷 설비 등 플랫폼 사업자의 본질적 의무에 대해 고의·과실이 있는 경우 면책되지 않도록 해 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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