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판결 5년... 남은 건 파탄난 제3자 변제안 뿐"

"강제동원 판결 5년... 남은 건 파탄난 제3자 변제안 뿐"

입력
2023.10.30 16:09
수정
2023.10.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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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법원 판결 후 이행 명령 없어
"고령 피해자 더는 기다리게 하지 마라"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가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5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이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명령을 지연시키는 건 피해자가 돌아가시기만 기다리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당시 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의 원고 패소 확정 판결을 뒤집은 한국 대법원의 이 판결이 나온지 5년을 맞은 30일,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손해배상 해법으로 내놓은 '제3자 변제안'을 규탄하고, 대법원에도 즉각 확정 판결에 따른 현금화 명령을 내려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5년 전 판결이 확정됐을 때 인권 회복의 길이 열리리라 생각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 편을 들어 한국 대법원 판결을 무시했다"며 "이미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은 파탄이 났고 하루빨리 (기존 대법원 판결에 따른 현금화 명령을 통해) 변제안을 거부한 생존 피해자와 유족에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도 대법원의 신속한 판단을 요청했다. 임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이 재항고장을 제출했고 올해 1월 대법원은 이를 접수했지만 10개월간 판단 없이 (사건을) 들고만 있다"며 "최고 법원이 민감한 사건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당시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피해자들은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재산을 상대로 압류를 걸고 이를 현금화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법원이 전범기업들에 대한 재산 처분과 이행 명령을 내리면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과정은 대법원에 계속 묶여있는 중이다.

그사이 윤석열 정부는 올해 3월 '한일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한 제3자 변제안을 내놨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기업에게 자발적 출연금을 받아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달 초까지 한국 기업만 참여 의사를 밝혔을 뿐 일본 기업 참여는 전무하다. 무엇보다 변제 대상자 15명 중 생존 피해자 2명(양금덕·이춘식)과 숨진 피해자 2명(박해옥·정창희) 유족들은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대로 된 배상 없이 5년이 흐르는 동안, 5년 전 승소 확정 판결문을 받아든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는 100세를 넘겼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제3자 변제안은 피해자들의 인권을 또다시 짓밟는 폭거이며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대법원은 고령의 피해자에게 더 이상 기다리라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 일본 정부, 피고 기업은 지금이라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하루빨리 판결 이행에 나서라"라고 재차 촉구했다.

장수현 기자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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