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릿고개서 벗어난다...AI·스마트폰부터 되살아난다

입력
2023.10.31 19:00
수정
2023.10.31 19: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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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등 고성능 메모리 덕 적자 만회
일반 메모리도 가격 상승 예측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성형 AI 활용 예정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관람객들이 반도체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관람객들이 반도체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보기술(IT) 시장 전반의 부진 여파로 올해 상반기 국내 '빅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적자를 안겼던 반도체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이 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고용량·고성능 D램의 판매가 늘고 기존 제품의 재고도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31일 공시한 올해 3분기(7∼9월) 사업 부문별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6조4,400억 원, 영업 손실 3조7,5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부진하지만 영업 손실이 분기별로 4조 원이 넘었던 상반기에 비하면 줄었다. 앞서 SK하이닉스도 3분기 영업 손실이 1조7,920억 원으로 이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38% 줄였고, D램은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반도체·SK하이닉스 분기별 실적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SK하이닉스 분기별 실적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특히 IT서버 시장에서 생성형 AI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수요가 치솟고 있는 HBM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물론 D램 시장 3위 미국 마이크론도 5세대 HBM(HBM3E)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준비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26일 콘퍼런스콜에서 "HBM3(4세대 HBM)뿐 아니라 HBM3E까지 내년도 생산 능력이 솔드아웃(매진)됐다"고 알렸다. 삼성전자도 HBM 시장을 정조준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공급 역량은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것"이라며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해 주요 고객사들과 공급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메모리 가격, 감산 효과에 신제품 출시 등으로 회복세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고성능 메모리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IT기기 시장에서 메모리 수요도 살아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감산 효과로 공급이 줄자 반도체 가격 상승에 걸림돌이었던 재고도 줄고 있다. 김 부사장은 "고용량 제품 채용이 늘고 고객사의 완제품 재고 조정도 마무리돼 수요 환경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수요 면에선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6일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모바일용 메모리의 가격이 D램은 13∼18%, 낸드플래시는 10∼15%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공급 쪽에선 삼성전자의 큰 폭 감산과 마이크론의 가격 인상, 수요 면에선 화웨이 메이트60 같은 스마트폰 신제품의 생산량 확대가 가격을 끌어올렸다"며 내년 1분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생성형 AI,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나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벽면에 새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5' 홍보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벽면에 새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5' 홍보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 부문은 실적 호조를 보이며 반도체 부문의 적자를 상쇄했다. 3분기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Z플립5·폴드5를 출시한 모바일경험(MX) 부문은 영업이익 3조3,000억 원을 올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등에 힘입어 1조9,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전장(電裝·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을 맡는 오디오 업체 하만은 역대 분기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 4,500억 원을 거두며 올해 누적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를 노리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역시 'AI 열풍'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차세대 스마트폰에 생성형 AI 기능을 활용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의 적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온라인을 통해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고도 기기 자체로 AI 처리를 담당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다니엘 아라우조 삼성전자 MX사업부 기획그룹장은 "앞으로 스마트폰이 AI의 가장 중요한 액세스 포인트일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사용 정보를 생성형 AI와 연계한 기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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