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더 커져야 한다고?

입력
2023.11.03 17: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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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쏠림 해소책 펴다 갑자기 서울 확장
공공기관 지방이전 반대 어떻게 설득할 텐가
서울만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 훼손할 것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 등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메가 서울 논란이 정치권을 덮친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 등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메가 서울 논란이 정치권을 덮친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가짜뉴스인가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의 서울 편입 카드를 꺼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그랬다. 김포시장의 제안에 의례적으로 검토 정도 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이 와전된 게 아닐까도 생각했다. 아니었다. 특위를 발족하고,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전광석화다. 당내에서는 수도권 민심을 반전시킬 ‘신의 한 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금까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국민 대부분이 찬성했을 터인데, 생각보다 반대가 많지 않아 놀랐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의외다. 절차적인 문제만 제기할 뿐, 편입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보다는 총선 이슈를 선점당했다는 당혹감만 보인다. 오죽했으면 김기현 대표가 “동문서답 말고 찬성인지, 반대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득의양양하게 요구하겠나. 총선 표 앞에서는 마구 질러대는 여당이나 계산기만 두드리는 야당이나 오십보백보다.

핵심은 김포가 아니라 서울이다. 김포는 트리거일 뿐 구리 하남 고양 광명 등도 편입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 국민의힘 주장의 본질은 서울이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면적도 넓히고 인구도 늘려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박수영 의원은 SNS에 “세계 도시와의 인구수 비교에서 서울은 38위, 면적은 605㎢로 상위 38개 도시 중 29위밖에 안 된다”고 적었다. 김포시민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 말고 여기에 동의할 수 있는 국민이 정말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서울은 크다. 커도 너무 커서 문제다. 인구가 2010년 정점을 찍고 940만 명대까지 떨어진 게 문제인가? 서울이 싫어서 떠난 게 아니다. 비싼 집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때맞춰 나온 한국은행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수도권 비중은 OECD 국가 1위인 반면 2~4위 도시는 중하위권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꼬집고 있다. 어디 사람만인가. 돈도, 일자리도, 학교도, 병원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서울공화국이다.

지금도 여건만 된다면 ‘인서울’을 하겠다는 이들이 차고 넘친다. 규제만 없다면 서울로 가겠다는 기업들도 숱하다. 그나마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60년 가까이 서울 인구 집중 억제책을 펴왔으니 이 정도다.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진 못했지만 국토균형발전을 큰 정책방향으로 삼아온 건 너무나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정책 근간을 180도 뒤집겠다고 나선 것이다.

‘메가 서울’이 화두가 되면서 기존에 밀어붙여오던 서울 쏠림 해소 정책들도 급격히 명분을 잃게 됐다. 여당이 서울 확장을 외치는 마당에 부산 이전을 격렬히 반대해온 산업은행 직원들을 이젠 무슨 논리로 설득할 텐가. 이쯤 되면 국회 세종의사당 설립도 재고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지방시대위원회까지 만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정면충돌한다. 그러니 엊그제 위원회가 처음으로 공들여서 내놓은 5년짜리 ‘지방시대 종합계획’은 매우 공허하다.

찬성론자들은 도시경쟁력의 중요성을 말한다. 서울의 경쟁자는 런던, 뉴욕, 파리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경쟁력이 규모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김포를 붙인다고 서울의 경쟁력이 높아질 거란 근거는 없다. 무엇보다 서울‘만’의 경쟁력은 외려 양극화 심화, 지방소멸 가속화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서울은 그럼에도 더 커져야 하는가.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하겠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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