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없이 작업하던 노동자 추락사... 건설사 대표 징역형

입력
2023.11.21 14:07
구독

서울 지역 첫 중대재해처벌법 선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도심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고 일하던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에서, 안전 설비·장비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은 건설사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중대한 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서울 지역 업체 대표에 대한 첫 유죄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21일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사 대표 이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건설사 법인에도 벌금 5,000만 원 납부를 명령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건설사 소속 근로자 A씨는 지난해 3월 서초구의 한 신축 건물 현장 지하 3층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다가 지하 4층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당시 그는 안전모와 안전대 걸이(추락방지 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는 사고 발생 전 고용노동청 등으로부터 안전난간 미설치 등을 수차례 지적 받았음에도 시정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4개월 전 현장 안전관리자가 사직하자,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검찰은 해당 공사 금액 규모가 66억 원인 점을 고려해 이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 지역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첫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사례였다. 현행법상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이 50억 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사망이라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 자체로 죄책이 무거운 데다, 사측은 과거에도 수십 차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벌금형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했고 △공사현장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재범을 다짐했으며 △피해 유족이 '합의했기 때문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류를 법원에 제출한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을 정했다.

박준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