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구조와 관계성

동물원의 구조와 관계성

입력
2023.12.03 19:00
25면

편집자주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공간들과 건축물의 소개와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필자의 시선에 담아 소개한다. 건축과 도시 공간에서 유발되는 주요 이슈들과 사회문화적 의미를 통해 우리 삶과 시대의 의미도 함께 되새겨 본다.

<그림1> 노아의 방주 복원도.

하나님이 노아에게 이르시되 너는 고페르 나무로 방주를 만들되 그 안에 칸들을 만들고 역청을 칠하라. 네가 만들 방주는 이러하니 그 길이는 삼백 규빗(1규빗은 약 45㎝), 너비는 오십 규빗, 높이는 삼십 규빗이라. 거기에 창을 내되 위에서부터 한 규빗에 내고 그 문은 옆으로 내고 상중하 삼층으로 할지니라. (창세기 6장)

타락하고 실패한 세계를 다시 ‘세팅’하기 위해 모든 동물을 암수 한 쌍씩 수용한 노아의 방주는 신화가 만들어 낸 인류 최초의 동물원이라 할 수 있다. 이후 바로크 시대 아타나시우스 키르허(1601 또는 1602~1680)가 그린 노아의 방주 복원도(1675년)를 보면, 세 개 층의 중앙 복도로 두 열씩 6개로 구성된 36개의 블록은 도시의 집합 주택을 연상시킨다(그림1 참조). 각 블록은 다시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 동물의 종별로 수용된다.

<그림2> 베르사유 동물원.

이런 구성은 선택된 우수한 개체만 들어갈 수 있는, 역설적으로 감옥에 다름 아니다. ‘낙원’을 뜻하는 ‘파라다이스’의 유래는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공원을 겸한 동물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근대 동물원의 대표 격인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한편에 설치된 동물원의 풍경이다(그림2). 중심에 돔 형태의 건물이 있는 팔각형 모습으로, 내부는 높은 벽들로 구획돼 있다. 중앙의 돔 건물에는 고관대작들이 하늘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신들처럼 동물들을 구경했다. 해외 식민지를 지배하던 왕실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장치였다.

이국의 낯선 동물은 당시 인기 최고의 수집품이었다. 이런 수집 동물 중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원주민도 간혹 포함되곤 했다. 미셸 푸코는 ‘감옥의 탄생’에서 벤담의 파놉티콘(Panopticon)을 논하면서 베르사유의 동물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파놉티콘 중심에 간수를 국왕으로, 죄수를 동물로 치환하면 도식은 정확히 일치한다.

동물원뿐 아니라 수집 공간은 전통적으로 원형을 선호한다. 모든 신을 수집한 로마의 판테온과 대영박물관 중심에 위치한 도서실은 모두 원형이다. 종의 분류에서 비롯된 동물원 공간이 박물관과 도서관 건축의 실마리가 됐다.

<그림3> 펭귄 풀.

이후 프랑스 혁명을 거쳐 시민이 주체가 됨으로써 동물원의 공간도 변화된다. 중심이 명확한 원형이 아닌, 늘어진 산책로를 통해 중심 없이 걸으며 관찰하는 동물원이 등장한다. 런던 동물원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주변을 소요(逍遙)하듯 거닐며 파노라마식으로 풍경을 감상하는 방식이다.

또 런던 동물원에는 펭귄 풀, 조류관 등 1930년대 당시로서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명작 건축이 탄생했다. 국가 문화유산 1등급으로 지정된 펭귄 풀(그림3)은 펭귄 행위 분석을 토대로 이중나선형의 우아한 커브의 경사로가 특징이다. 조류관은 공학자 풀러가 고안한 기하학 구조를 채용해 새의 날갯짓과 같은 역동적인 공간을 구현했다. 그러나 공원으로 진화된 형식 역시 동물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감옥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아짐에 따라 오늘날에는 경계 없는 동물원이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종이 다른 동물 사이에, 혹은 동물과 인간 사이에 물리적인 경계가 최소화된 방식으로 자연에서 자유로이 어울리며 지낼 수 있도록 한다. 쇠 울타리나 깊은 참호, 망원경을 통해 겨우 보일락 말락 한 인위적인 경계가 아닌 지형과 자연 요소를 활용한 가깝고 자연스레 교감할 수 있는 관계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관계성을 통해 인간은 동물의 행동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이는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동물원 공간에 대해 논하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코끼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미어캣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사람을 좋아하는 동물은 얼마나 될까?

조진만 건축가
대체텍스트
조진만건축가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