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씨 사망 당시 원청업체 사장, 대법원서 무죄 확정

입력
2023.12.07 16:18
수정
2023.12.07 18:3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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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원청 사장에 직접 책임 있다 보기 어려워"
김씨 모친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봐준 것"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당시 원청업체 대표인 김병숙 전 서부발전 사장의 무죄가 7일 대법원에서 확정된 후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씨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변호인 및 김용균재단 관계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주연 기자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당시 원청업체 대표인 김병숙 전 서부발전 사장의 무죄가 7일 대법원에서 확정된 후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씨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변호인 및 김용균재단 관계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주연 기자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산업재해 사건에서, 원청업체인 서부발전 사장까지는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숙(65) 전 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7일 확정했다.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2인 1조 규정이 있었음에도 그는 혼자 설비를 점검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원청 대표인 김 전 사장은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을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김 사장이 아닌)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이 태안화력발전소의 안전보건 관리책임자였다"며 "김 전 사장이 발전소 내의 작업환경을 점검하고 위험 예방 조치 등을 이행할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김 전 사장은 컨베이어벨트 설비의 현황이나 현장 운전원의 작업 방식의 위험성에 관해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서부발전과 김씨 사이의 '실질적 고용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입사한 후 설비점검 등 업무에 대한 교육 등은 모두 한국발전기술(하청)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했다"며 "김 전 사장의 지시·감독 행위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범위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한국발전기술 운전원들이 서부발전에 종속돼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상 하청 근로자의 근무형태가 원청의 직접적 지휘감독을 받는 형태라면, 원청과의 고용 계약이 없더라도 원청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

태안화력발전소의 기술지원처장과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 등 10명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형량은 대부분 금고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선고 뒤 대법원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 많은 사람을 죽인 기업주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용인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김씨 사망을 계기로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원청의 사업주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요구가 잇따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다.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의 경영책임자들에게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다만 김용균씨 사망 사건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인 2020년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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