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첫 공판… "항명죄 성립 안돼, 수사외압 규명 중요"

입력
2023.12.07 17:16
수정
2023.12.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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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 항명·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임성근 "물에 들어가지 말라 했다" 진술서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 출석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 출석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7일 첫 공판에서 "항명죄는 성립될 수 없으며 수사 외압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국방부 검찰단의 무도한 수사와 기소로 군사재판을 받게 됐다"며 "재판에 충실히 임해 무고를 밝히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와 관련한 질문에 "전혀 성립될 수 없다. 이 사건의 본질에 좀 더 재판부에서 집중해서 수사 외압을 철저히 규명한다면 당연히 나머지 죄, 혐의도 다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늘은 채 상병이 순직한 지 141일째 되는 날"이라며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경찰 수사는 요원하고 수사 외압을 조명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역시 더디기만 하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수사와 경찰의 조사 이후에 민간 검찰의 수사 등이 다 유기적으로 종합돼야 하며, 복합적으로 다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날 박 대령이 첫 공판에 출석하는 길에는 해병대 전우회 회원 20여 명이 동행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예비역 동기들의 응원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예비역 동기들의 응원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박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등 혐의를 적용한 조사보고서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경찰에 이첩한 혐의를 받는다. 군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박 대령이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았고 △KBS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상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대령 측은 군검찰의 공소 제기가 항명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대령은 "대통령 안보실로부터 수사 계획서를 보내라는 등 수차례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해병대 사령관과 함께 국방부의 불법적 지시에 대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해병대로서는 경찰 이첩만이 불법을 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를 향해 "20년간 해병대 생활을 하면서 상관 명령에 절대 충성했고 올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했다"면서 "한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 군인의 명예뿐 아니라 사법 체계의 신뢰가 달린 중차대한 재판임을 고려하셔서 부디 사안의 본질을 살펴주시길 간곡히 청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재판에 앞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책임을 부하에게 전가하는 주장이 담긴 188쪽 분량의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을 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보고서가 잘못됐으며, 이첩을 보류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는 정당했으며 이에 따르지 않은 박 대령의 항명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저의 현장지도 간에 이뤄진 행위는 조금도 위법하지 않다"며 "어떠한 대화나 회의 중에도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며 '물에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수차례 지시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서 현장 지휘관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라온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물에)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는 지시를 임 전 사단장의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를 통해 해당 지휘관들이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진행하고, 명령을 임의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당시 경북 예천 지역의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에 있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육군 책임론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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