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용산에 한마디 못하면서 김기현만 린치...싸가지 없다"

"참을성 많고 일 수습 잘하는 분"
"용기 없어 들이받지 못했을 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에서 강연에 앞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퇴를 촉구해온 이준석 전 대표가 김 대표 사퇴를 압박하는 의원들을 향해 "싸가지 없는 사람들"이라며 비난했다. 반면 김 대표에 대해 "참을성 많고 일 수습을 잘하는 분"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대표가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예의는 갖춰라"면서 이같이 적었다. 윤석열 정부 여당의 첫 지도체제를 이룬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의 한 축인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김 대표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김 대표보다는 대통령실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이 어려운 것은 김 대표가 뭘 능동적으로 잘못한 것이라기보다, 용기가 없어서 들이받지 못한 정도다. 그런데 그건 당신들도 공범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서 보궐선거의 책임이 김 대표에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억지로 사면해서 후보 내보낸 사람에게 있다"면서 "난감한 혁신위원장 들여서 받을 수도 없는 혁신안을 갖고 실랑이하느라 더 이상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게 어려워진 것은 맞지만, 용산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김 대표에게 린치하는 당신들은 정말 싸가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선출된 당대표 두 명이 등 떠밀려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것이 당대표들이 별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같이 일하는 대통령이 별나서 그런 건지 되짚어 봐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신들이 대통령을 왕인 양 모시다가 이 당은 정상적인 당대표를 갖지 못하는 당이 되어버렸다"면서 "이 고리를 끊지 못하면, 가장 비굴하고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지록위마에 양두구육을 콤보로 하는 자만 당대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랬을 때 당은 망한다"고 경고했다.

전날 강민국 김승수 박성민 이용 최춘식 등 영남권이 중심이 된 초선 의원 17명이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 것을 두고,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명대사 '계급을 보고 경례를 하는 것이지 사람에게 경례를 하는 것이 아니다(You salute the rank, not the man)'를 인용하며 "연판장은 왜 용산에는 쓰지 못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가 대표-원내대표 관계로 일해 본 김 대표는 정말 참을성이 많고 일의 수습과 뒤처리를 잘하는 분"이라면서 "비록 100% 당원투표였지만 당원들이 뽑은 대표이고, 어떤 결단을 하게 되면 마음마저 다치지 않도록 잘 모셔라"라고 당부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