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살해한 여고생 112 전화해 "살인하면 5년 받나"...유족 엄벌 촉구

입력
2023.12.19 07:41
수정
2023.12.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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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법정 최고형 내려달라" 엄벌 탄원
범행 후 "고등학생인데 징역 5년 받냐"

대전지법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전지법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급생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살해당한 여고생의 유족이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가해자는 숨진 학생을 상대로 과거 학교폭력을 저질러 분리 조치됐지만 이후에도 협박을 일삼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최석진)는 1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18)양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피해자 B(18)양의 언니는 "맨손으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목을 졸랐고, 범행 이후에도 동생인 척하며 동생 휴대전화로 제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도로에 집어던져 버리기까지 했다"면서 "그날 이후 가족과 친구들은 정신적인 죽음을 맞게 됐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B양의 부친은 "약속에 늦었다는 이유로, 문자에 답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단답형으로 답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듣고 조롱을 당했다"며 "친구가 아니라 부하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살아있는 자체가 고통스럽지만 살인자가 철저하게 죗값을 치르는 걸 봐야겠다"며 "고통스럽게 떠난 딸을 위해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A양은 7월 12일 낮 12시쯤 대전 서구에 있는 동급생 B양의 집을 찾아가 B양을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양은 B양의 물건을 돌려준다며 집에 갔다가 말다툼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범행 직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경찰에 신고하면서 "만 17세이고 고등학교 3학년인데 살인하면 5년 받느냐. 자백하면 감형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A양은 이날 재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휴대전화를 초기화했고 살인 형량 등을 검색해봤는데 정확하지 않아 경찰에 물어봤다"면서 "범행이 알려질까봐 일부로 태연한 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섭기도 했고, 무책임하게 죽어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죽기를 바라시면 죽어드릴 수도 있는데 그런다고 죄가 덜어지지도 않고"라고 진술했다.

앞서 A양은 2년 전부터 B양과 친구로 지내 왔지만 폭언과 폭력을 일삼아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회부됐고, 지난해 7월 학급 분리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올해 3월 A양이 당시 학폭위 개최 경위를 묻겠다며 B양에게 연락했고 다시 괴롭힘이 이어졌다. B양은 A양에게 절교를 선언했지만, A양은 '죽이겠다'는 등 메시지를 보내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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