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도 아꼈던 4,100억 원짜리 러시아 현대차 공장 팔린다...그런데 가격이?

입력
2023.12.19 21:00
수정
2023.12.19 22:3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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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지 업체와 매각 협상 중

2010년 현대차 러시아공장 준공식에서 정몽구(왼쪽) 현대기아차 회장이 '쏠라리스'를 탄 푸틴 총리에게 조작법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0년 현대차 러시아공장 준공식에서 정몽구(왼쪽) 현대기아차 회장이 '쏠라리스'를 탄 푸틴 총리에게 조작법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애지중지했던 현대차 러시아 현지 공장이 1만 루블(약 14만 5,000원)에 결국 팔린다.

현대차는 1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현대차 공장(HMMR)의 지분 매각 안건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협상 대상자는 러시아 현지 업체인 아트파이낸스(Art-Finance)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 업체와 공장 지분 매각 관련 구체적 계약 조건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장은 현대차가 70%, 기아가 나머지 30%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날 현대차가 공시한 장부상 처분 금액이 약 2,873억 원임을 감안하면 공장 전체의 장부상 가치는 약 4,100억 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 매각 금액은 1만 루블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대차는 매각 후 2년 내 공장을 되살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내걸었다.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찍 끝나면 러시아 시장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러시아 정세 변화가 없으면 그대로 1만 루블에 팔리는 셈이다.

이는 러시아 시장이 현대차에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2010년 여섯 번째 해외 생산 거점으로 지어졌고 2020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의 옛 GM 공장을 인수하는 등 투자를 늘렸다. 해당 공장에서는 현지 전략형 제품인 쏠라리스, 크레타, 기아의 리오 등을 만들었는데 2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외국계 브랜드 1위 자동차 기업의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생산량은 2021년 기준으로 23만4,000대 규모에 이르렀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부품 조달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현대차는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10월부터는 러시아 현지 업체에 맡긴 위탁 생산도 완전히 멈췄다.

폭스바겐,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에서 손을 떼는 와중에도 현대차는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매각을 결정한 것. 러시아 공장은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애정을 가졌던 곳이다. 2010년 공장 설립 때부터 공을 들여온 그는 2016년 직접 찾아 "러시아 시장에서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며 "어려워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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