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두 번째 낙서남 "안 죄송해요, 예술했을 뿐"

입력
2023.12.20 10:53
수정
2023.12.20 11:03
구독

20일 '일기'라는 제목으로 심경 써 올려
"미스치프처럼 장난쳐보고 싶었다"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시는 듯"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모방범행 용의자인 20대 남성 A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모방범행 용의자인 20대 남성 A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20대 남성이 자신의 블로그에 "예술을 했을 뿐, 죄송하지 않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피의자 A씨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기사나 유튜브에 올라온 (나에 대한) 뉴스를 보는 중"이라거나 "(경찰) 조사받은 날 기자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 내가 당사자가 되어보다니"라고 하는 등 줄곧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을 신기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A씨는 자신의 낙서가 예술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미스치프의 어린양"이라며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펠링을 틀린 건 좀 창피하다"거나 "하트를 검은색으로 그렸다면 더 좋았을 텐데" "미스치프까지 적을 걸, 미스치프 쪽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싶은데 그게 가장 후회된다" 등 낙서에 대한 아쉬움까지 드러냈다.

'미스치프'(MSCHF)는 2019년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설립된 20여 명의 아티스트 그룹이다. 현대인의 허영심을 풍자할 의도로 핏방울을 섞은 나이키 운동화, 소금알갱이보다 작은 루이뷔통 가방 등 주로 명품을 뒤트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모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A씨 글에서 반성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A씨는 "죄송합니다"라고 적더니 곧바로 "아니, 안 죄송해요"라고 정정하며 "예술을 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들 너무 상황을 심각하게 보시는 것 같다"며 "그냥 낙서일 뿐"이라고 했다. 숭례문 방화 사건과 연관 지어 중대한 문화재 훼손 사건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숭례문 불태운 사건을 언급하시면서 끔찍한 사람으로 보시던데 그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경복궁에 첫 '낙서 테러'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7일 이를 모방해 경복궁 담벼락에 붉은색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해 가수의 앨범명 등을 적은 낙서를 했다. 같은 날 자신의 블로그에 "제 전시회 오세요"라고 적으며 낙서를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른 다음 날인 18일 경찰에 자수, 재물손괴 등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문화재관리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최은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