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성착취·집단폭행 후 '영혼 없는 반성문' 냈던 중학생 실형

입력
2023.12.21 15:03
수정
2023.12.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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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죄책 너무 무거워 형사책임 져야"
함께 초등생 때리고 성폭행 남중생도 실형

제주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초등학생을 성 착취하고 집단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녀 중학생이 나란히 실형을 받았다.

제주법원 제2형사부(부장 진재경)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17)양에게 징역 장기 2년8개월 및 단기 징역 2년2개월, B(17)군에게 징역 장기 1년6개월 및 단기 1년을 선고했다. 각각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렸다. 소년법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형기의 상한과 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로 선고된 형량을 채운 뒤 복역 태도를 보고 석방 여부를 결정한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양은 6월 7일, 자신을 험담한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C(12)양에게 앙심을 품고 서귀포시 한 놀이터 주변 정자로 불러내 B군을 비롯한 공범 3명과 함께 폭행했다. 또 C양이 경찰과 부친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호소하자 사흘 뒤 오전 2시쯤 공범 1명과 함께 C양을 서귀포시 한 테니스장으로 끌고 가 또 때렸다. 당시 피해자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성적 행위를 시키고, 협박해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휴대폰으로 알몸을 촬영까지 했다.

B군은 4월 11일과 12일 새벽에 공영주차장 화장실에서 C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군은 동행한 공범에게도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B군은 혐의를 인정했지만 A양은 일부 부인했다. A양은 51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8월 첫 공판에서 “(반성문 내용이) 90% 이상 ‘교도소 처음 와보니 너무 무섭고, 하루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등 모두 본인 입장”이라며 “피해아동의 고통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 없고 자기가 힘들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느냐”고 강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내리며 “범행 자체가 너무 무겁고 피해도 상당하다”며 “아직 소년인 점에 비춰 책임을 모두 전가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죄책이 너무 무거워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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