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위반 첫 실형 확정... 원청업체 대표 징역 1년

입력
2023.12.28 18:06
수정
2023.12.28 18: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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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강 회사에도 벌금 1억 유지
하급심 "노동자 안전 구조적 위협"
'상상적 경합' 적용해 징역형 확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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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업체 대표가 실형을 확정받았다. 법 시행 후 기소된 원청 경영책임자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성모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28일 확정했다. 한국제강 회사에 부과한 벌금 1억 원도 유지됐다.

성 대표는 지난해 3월 경남 함안의 회사 사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안전보건 체계를 부실하게 관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가 하청업체의 산업재해 예방능력 등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피해자가 1.2톤 무게의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노동자 50명 이상 등의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하면 안전조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원청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급심은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발생 10개월 전 같은 사업장에서 다른 노동자가 사망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노동자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에 대비할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는 피고 측 항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공포된 날로부터 시행일까지 1년의 유예기간이 있었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재판의 또 다른 쟁점은 적용 죄목들을 '상상적 경합' 관계로 보느냐였다. 1·2심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상상적 경합 관계라고 판단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범죄 행위가 여러 혐의에 해당할 때 형량이 가장 센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실체적 경합'은 여러 행위가 하나의 범죄를 구성하더라도 각 행위마다 별도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개념이다. 재판부는 "두 혐의의 범죄사실은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하지 않은 것인 만큼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상상적 경합이 적용돼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 처벌받은 대표를 다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향후 하급심이 참고할 지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노동전문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상상적 경합 부분을 제외하곤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의 '기준점'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성 대표가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상 원청 경영책임자의 안전조처 의무와 노동자 사망 간 인과관계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국제강 사건은 대표의 실형이 확정되며 종결됐지만, 다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재판에선 대부분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선 범죄를 억제하기에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이라고 비판하고, 경영계는 엄벌주의가 산재 예방의 능사는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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