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암투' 경고했는데...'색깔론'으로 한동훈 비서실장 공격하는 극우

입력
2023.12.31 2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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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동 비서실장 노총 전력과 부인 집안 문제 삼아
당내 "극우 세력의 철 지난 색깔론" 평가 대체적
"궁중암투 없어야" 경고한 한동훈 대응에 관심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7일 국회 본관에서 마중을 나온 김형동 비서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7일 국회 본관에서 마중을 나온 김형동 비서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야심 차게 닻을 올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작부터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노인비하 발언이 알려진 민경우 비대위원이 사퇴한 데 이어, 극우 진영을 중심으로 김형동 비서실장의 과거를 문제 삼고 있어서다. 비대위원 개인의 논란과 달리 김 비서실장 논란은 국민의힘과 뗄 수 없는 보수 진영 내부의 일이라, 자칫 한 위원장이 경고한 '궁중 암투' 성격으로 번질 가능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인 국적에 전직 대통령 비판 글 도마에

극우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 비서실장을 공격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①부인이 중국 국적, 장인은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 출신이고 ②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올해 체포된 민주노총 간부 석권호씨를 응원한 적 있으며 ③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환영글과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축하 기고문 작성 전력이다.

김 비서실장 측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①부인은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국민의힘 당원이고, 장인은 공산당 고위 간부가 아닌 '지자체 과장' 정도의 평범한 공무원이고 ②석씨 관련 기고문은 김 비서실장이 한국노총 소속 변호사이던 2010년 작성했는데, 비정규직 노동자 권익향상 '활동'을 응원하는 취지고 ③전직 대통령 관련 기고문은 입당 전에 작성한 것이라 지나친 문제제기라는 취지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에 극우 세력이 또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비서실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중도 확장 차원에서 노동계를 대표해 영입된 인사다. 과거 행적을 들춰내 공격하는 건 의미가 없고, 가족 관련 문제제기도 억지스럽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김 비서실장 공격에 문제라고 동조하는 사람이 있긴 하냐"며 "오히려 김 비서실장에게 용기를 내라고 해주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與 일각 "애매한 행보가 문제"라는 시각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김 비서실장 논란이 가져올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집토끼' 단속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사람이 노선이 바뀔 때는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면서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행보가 좀 애매모호하다 보니 공격을 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입성 이후에도 진보적 노동 의제 법안(동일노동 동일임금) 발의 등 당의 정체성과 거리가 좀 있는 입법 활동을 문제 삼는 여론도 있다.

국민의힘은 노인 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민 전 비대위원이 지난 30일 "비대위 출발에 누가 되지 않고 싶다"고 바로 사퇴하면서 부담을 덜었다. 오히려 "사회적 비난을 샀던 사안에 대해 반성은커녕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분명 다르다"고 반격에 나선 국민의힘이지만, 한 위원장 체제에 대한 내부 도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김 비서실장 흔들기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실제 김기현 전 대표도 전당대회 때부터 극우 세력인 전광훈 목사 리스크에 어려움을 겪은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사안의 진행 여부에 따라 한 위원장이 단호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위원장은 첫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내부에서 궁중 암투나 합종연횡하듯이 하지 말자"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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