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라 유언장 작성 안 한다? "원하는 사람에 재산 주려면 더 필요"

입력
2024.01.16 16:00
수정
2024.01.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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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전쟁: 가족의 배신]
<5>상속 전문가 인터뷰
부광득 변호사가 말하는 유언장 'A to Z'
갈등 줄이려면 집 한 채 있어도 꼭 써야
유류분 의식 'N분의 1'보단 현실 고려를
혜택 많이 받는 사람을 집행자 지정 필요
유언 철회 너무 쉬워… 요건 엄격해져야
"젊을 때 건강할 때 작성해야 분쟁 없어"

편집자주

상속 분쟁, 더는 남 얘기가 아닙니다. 사망자는 늘어나고, 가족 형태도 복잡해졌습니다. 부모님 사망 후 부동산에 욕심 내는 형제도 눈에 띕니다. 저성장 추세까지 고착화되면서 상속은 '이 시대 마지막 로또'가 됐습니다. 이래도 가족과 안 다툴 자신 있습니까. 죽은 자도 산 자도 걱정이 없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한국일보가 취재했습니다.

부광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유언장 잘 쓰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부광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유언장 잘 쓰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최근에도 40대 젊은 자산가가 저를 찾아와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상속 고민을 일찍 시작한 거죠. 유언장 분쟁은 형식 요건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피상속인의 의사 능력이 문제가 돼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건강할 때 유언장을 쓰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지난 15일 한국일보와 만난 부광득(46)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조금이라도 젊을 때, 건강에 이상이 없을 때 유언장을 작성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가족법 전문가인 부 변호사는 본격적으로 재산이 형성되는 40대부터 유언장을 써볼 것을 추천했다. 연말이나 연초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필 유언장을 형식에 맞게 써보라는 의미다. 다시 써도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가장 마지막에 작성된 유언장만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고쳐 써도 된다고 했다. 부 변호사는 '웰다잉문화운동'에서 운영하는 무료 유언 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부 변호사는 유언장을 쓰는 과정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현실적 문제를 감안한 유언장 작성 'A to Z'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유류분(법률상 보장된 상속인의 최소한의 권리)을 염두에 두고 유언장을 쓰는 게 중요하지만, 무 자르듯 'N분의 1'로 재산을 배분하는 게 분쟁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계적 나눔보다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집 한 채만 있는 사람도 유언장을 써야 하나.

"자녀가 한 명이라면 굳이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상속 재산은 아파트 한 채이고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당연히 유언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정 상속 지분에 따라 아파트 소유권이 'N분의 1'로 쪼개지거나, 불만이 있는 자녀 중 한 명이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유류분 청구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 유언을 하면 적어도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는 피할 수 있다. 유언장 작성으로 상속재산 분할이 이미 완료됐기 때문이다. 유류분 소송을 하더라도 분쟁이 좀 더 간명해진다."

-자녀가 셋이라면 아파트 한 채를 어떻게 나눠주는 게 바람직한가.

"법정 상속 지분에 따라 3분의 1씩 나눠줘도 되지만, 오히려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부모님 생전에 부양 정도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정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아파트 임대차 계약부터 매매 시점, 재산세 납부, 관리비 부담까지 형제간에 서로 의견이 안 맞으면 다툼으로 이어지기 쉽다. 차라리 자녀 한 명에게 아파트를 주고 다른 자녀들에게는 현금으로 보상한다든지, 아파트를 받은 자녀가 다른 형제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게 더 낫다. 이것도 저것도 걱정되면, 아파트 지분을 자녀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면 된다."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다. 그래도 유언장을 꼭 써야 하나.

"물론이다. 오히려 꼭 써야 한다. 유언장을 쓰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가깝지 않은 친척들에게 재산이 넘어간다. 민법 1112조에 따라 유류분 소송은 고인의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자매가 제기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형제자매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했고,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1인 가구가 사망 시점에 유언장을 쓰게 되면 내가 원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내 재산을 온전히 물려줄 수 있다. 내 상속 재산에 유류분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고생해서 번 돈인데 내가 죽은 다음에는 내가 쓰고 싶은 데 써야 하지 않겠나. 내가 사망한 뒤 알아서 나눠 가지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유언장이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나.

"10년 넘게 상속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트렌드 변화가 느껴진다. 최근에는 유언 관련 분쟁이 많아졌다. 다만 유언장 작성 방식을 모르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생기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형식적 문제보다는 유언장 작성 당시 피상속인의 의사 능력이 문제가 돼 분쟁이 많이 생긴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진료 기록에 남게 되면, 불만이 있던 상속인이 유언장 효력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자필 유언장 작성 후 어떻게 보관하고 누구에게 알리면 되나.

"자필 유언장을 작성하면 본인이 보관해야 한다. 분실하거나 다른 가족에게 작성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망하면, 유언장 내용대로 집행되지 않을 수 있다. 유언으로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가족을 '유언 집행자'로 지정하는 게 좋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유언 집행자를 유언장에 기재하고 알리기만 하면 된다. 좀 더 안전한 방법은 공증인을 통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는 거다. 공증인이 보관하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절차적 부담도 덜어준다. 비용은 유증 재산가액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대 300만 원이다. 다시 쓸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긴 한다. 분실이나 위변조 우려, 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일본처럼 정부가 유언장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상속 과정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점이 있나.

"미리 증여받은 재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된다. 30년이나 40년 전에 증여된 재산까지 포함해 유류분을 계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간이 너무 길어서 현실적으로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 과세가액(과세될 물건의 가액)을 산정할 때 10년을 기준으로 삼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유언 철회가 너무 쉬워 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유언 형식이 엄격한 건 그만큼 신중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유언 철회는 아무런 요건이 없다. 유언과 상반된 얘기를 일부 가족에게 하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언 철회 요건도 엄격하게 정해야 분쟁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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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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