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온수 중단됐던 양천·구로 3만8000가구, 22시간 만에 재개

입력
2024.01.18 08:57
수정
2024.01.18 19: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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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신정가압장 누수사고
18일 오후 2시쯤 복구
"일부 가정 시간 더 걸릴 수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펌프 가압장치 밸브에서 누수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신정가압장 인근 복구 작업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 사고로 60∼100℃의 온수가 분출되고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 80개소 3만8,000여 가구에 온수 공급과 난방이 끊겼다.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펌프 가압장치 밸브에서 누수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신정가압장 인근 복구 작업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 사고로 60∼100℃의 온수가 분출되고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 80개소 3만8,000여 가구에 온수 공급과 난방이 끊겼다.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제공

"난방이 안 돼 찬물로 씻고, 춥게 잤더니 나아가던 감기가 다시 도졌어요. 집에 난방기구 준비된 게 없어 자녀 3명도 밤에 추위 견디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18일 서울 양천구 신시가지아파트14단지에 사는 양민정(48)씨는 지난밤 잠 한숨 제대로 못 자고 덜덜 떨었다. 전날(17일) 오후 3시 54분쯤 양천구 신정가압장 누수 사고로, 이 아파트를 비롯해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 3만7,637가구에 온수·난방(열공급)이 중단돼서다. 지역난방 열수송시설의 일부인 가압장은 수압을 높여 먼 거리까지 중온수(80~115℃)를 보내는 시설이다. 관리사무소도 한바탕 소동을 치르기는 마찬가지.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간밤에 '언제 복구되냐'는 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했다.

다행히 18일 오후 2시쯤 긴급 복구작업이 완료돼 22시간 만에 온수·난방이 재개됐다. 양씨 아파트의 경우 시의 복구 직후 난방이 이뤄졌지만 온수는 난방을 통해 물을 데우는 시간이 필요해 바로 사용하지 못했다. 서울시도 "공급관로 길이 등을 고려할 때 일부 가정은 온수·난방 재개가 지연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누수 사고는 신정가압장 내 펌프 우회관로의 고착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밸브를 조작하던 중 밸브 하단부가 파손되면서 발생했다. 시 관계자는 "밸브를 40%만 열어둔 채로 1년 내내 열 공급을 하다 보니 장기간 열어둔 밸브가 그대로 굳어(고착화)졌다가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원인은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복구에 하루 가까이 소요된 것은 누수된 물이 워낙 뜨거운 데다 수증기로 시야가 가려 식히고 물을 빼내는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천·구로구청, 서울에너지공사의 행정력을 최대한 동원해 대피소 21개소를 확보했다. 전기장판 3,935개, 전기히터 600개, 담요·일용품세트 등 구호물품과 응급구호세트 565개를 해당 지역 주민과 취약계층 등에 신속하게 배부했다. 오세훈 시장도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사고 현장을 방문해 신속한 지원을 당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가압장 펌프 등 노후 장비 교체와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사고 재발을 막겠다"며 "시민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난방·온수 공급 관련 안내사항은 서울에너지공사(02-2640-5150)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박민식 기자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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