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사고친 맹견이 또.. 이번엔 사람 다쳤는데 경찰은 "무혐의"?

입력
2024.01.22 09:00
수정
2024.01.26 12:35


과거 개물림 사고를 냈던 맹견이 또다시 공격성을 보이면서 사람이 다쳤습니다. 맹견 보호자는 이전에도 법정에서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해서 관대한 처벌을 받았지만, 그 약속을 어긴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가해자에게 혐의가 없다는 결정을 내려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번주 동물 이슈’ 시작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은평구의 한 공원에서 촬영된 영상입니다. 반려견 ‘태미’를 데리고 산책하던 보호자가 다급한 비명을 지릅니다. 맹견으로 지정된 로트와일러가 갑자기 태미를 향해 달려든 겁니다. 로트와일러의 리드줄은 없었고, 입마개 역시 공격 과정에서 벗겨졌습니다. 로트와일러는 태미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려 했지만, 맹견을 붙잡은 보호자 덕분에 물림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로트와일러를 막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로트와일러가 직접 물지는 않았지만, 보호자는 힘이 센 로트와일러에게 끌려다녀야 했습니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척추, 경추를 비롯해 관절 곳곳에 부상을 입었고, 피부 타박상도 입었습니다. 보호자는 3개월 동안 신체적 부상에 정신적 충격까지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맹견이 사고를 한번만 일으킨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 2020년, 로트와일러는 길거리를 산책하던 스피츠 품종 소형견을 물어 죽이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이 사고로 로트와일러 보호자는 법정에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로트와일러 보호자가 8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가벼운 벌금형에 그친 이유는 로트와일러 보호자가 양육을 포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법원은 당시 보호자가 로트와일러를 입양보내겠다고 약속한 점을 양형사유에 참작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보호자는 잠시 다른 곳으로 로트와일러를 보냈다가 다시 집에 데려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관할 지자체인 은평구청은 “로트와일러가 다른 지역으로 입양간 사실을 직접 확인했고, 앞으로 개를 데려오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키우면 안되는 맹견을 데리고 다니다가 상해가 발생했지만, 경찰은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지난 4일 경찰은 “가해자가 최초에 목줄을 묶었고, 입마개도 채워서 상해를 입힐 의도가 없었다”며, “피해자가 입은 상처도 시일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고 보인다”고 불송치 사유서에 적시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의는 없어도 목줄 관리를 못한 과실치상은 명백하다는 뜻입니다. 또한 피해자는 “로트와일러 보호자가 과거에도 여러 번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경찰만 모르고 있었다”며 수사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도 과실치상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서국화 변호사는, “목줄이 풀린 개가 직접 물지 않아도, 사람이 놀라 넘어져서 다치면 과실치상 혐의가 인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례에 대해서는 “맹견의 기질평가를 통한 적극적인 조치도 필요해 보이지만, 현재 법령은 기존 맹견 소유자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15일, “현재까지 수사 내용과 증거관계, 법리를 종합해 볼 때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피의자의 혐의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가려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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