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의혹에 한동훈 사퇴설까지... 尹, 기자회견 필요성 더 커졌다

입력
2024.01.21 19:00
수정
2024.01.21 22:19
4면
구독

시나리오별 장단점 보고받은 尹
'김건희 논란' 지속에 장고 이어가
韓 '눈높이' 발언에 당정 갈등까지
'당과 거리두기' 尹 응답 수위 숙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이 가시지 않자 기자회견을 더 꺼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급기야 총선을 앞두고 구원투수로 나선 한 위원장에 대해 한 달도 안돼 사퇴 요구설이 불거지는 갈등으로 치달으면서 답해야 할 질문이 하나 더 늘었다. 윤 대통령이 마냥 시간을 끌기 곤란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여전히 미정이다. 회견이 불발될 경우 출입기자단 김치찌개 간담회나 특정 방송사 단독 인터뷰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결정을 미루는 배경으로는 명품백 수수 의혹과 특검법을 비롯한 김 여사 관련 사안이 꼽힌다. 윤 대통령을 향한 모든 질문이 '김건희 리스크'에 집중되는 건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참모들 사이에서는 '솔직한 입장 표명으로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 '굳이 사안을 부각시킬 이유가 없다'는 정반대 의견이 동시에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이 불을 지폈다. 명품백 의혹에 대해 "국민이 걱정할 부분"(18일), "국민 눈높이"(19일)라고 언급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넌지시 꺼낸 표현이긴 하지만, 당내에선 '여론을 앞세워 대통령실의 결자해지를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하는 한 위원장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은 정치 공작의 함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진솔한 입장 표명으로 다시 국민 마음을 얻어나가야 한다"고 썼다.

대통령실은 난감한 표정이다. 그간 '대통령은 민생 행보, 총선은 한동훈 비대위'라는 기조에 따라 당과 일정 부분 거리를 뒀지만, 한 위원장의 발언과 여론의 요구에 어떤 형식으로든 응답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기자회견을 건너뛰고 '함정 취재'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권 내 '대응 불가' 의견,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본인의 결단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명품백 논란에 대해 19일 대통령실에서 "영부인을 불법 촬영하는 초유의 사태"라는 익명 관계자 발언이 나온 것을 두고 여권에선 '전초전'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실이 '당무 개입' 논란을 우려하기보다 한 위원장 발언에서 촉발된 김 여사 논란을 잠재우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에 "내부적으로 한 위원장 행보에 격렬한 반응이 오가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 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한 위원장 사퇴 요구설이 외부로 공개되면서 관심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입에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회견 여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다 보니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면서 "시기를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