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거부한 한동훈 "할 일 하겠다"... 여권, 내부 갈등 파워 게임

입력
2024.01.21 23:26
수정
2024.01.22 14:5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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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김경율 공천 논란에 유감
거취 압박 논란에 한 "국민 보고 나선 길"
김 여사 명품백 대응 기류 변화 영향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이 최근 불거진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전략 공천 논란과 관련해 21일 유감을 표시했다. 논란을 자초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운영에 사실상 제동을 건 셈인데, 한 위원장은 거취 압박에 대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말했다. 공천 문제로 맞선 모양새이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한 사과를 강하게 요구한 김 비대위원과 기류 변화를 보인 한 위원장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견제 성격도 짙다는 점에서 여권 내부 갈등이 본격화한 양상이다.

대통령실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尹의 철학 강력"... 불편한 감정 내비쳐

한 위원장은 이날 저녁 ‘오늘 대통령실 사퇴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한 위원장 입장’이라는 공지를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 언론을 통해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 핵심 인사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다. 한 위원장의 공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자, 이번에는 대통령실에서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한 위원장 줄세우기 공천 행태에 기대와 신뢰 철회' 기사와 관련해 "이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무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한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한 위원장을 만나 김 여사의 명품백 의혹 사과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거취 문제까지 거론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김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한 위원장은 "국민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다"(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9일)라며 기류 변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저녁 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치밀한 기획 아래 영부인을 불법 촬영하는 초유의 사태"라면서 정치공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부터 '대통령실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며 "한 위원장이 '설연휴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재옥 포함 TK 의원들 22일 별도 모임, 수도권 인사들과 대결 구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이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입장이 나오기 전부터 감지됐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초선 이용 의원이 당 의원들이 속한 단체 대화방에 '한 위원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가 철회됐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한 것이다. 이 의원은 전날에도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이 사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 여사가) 사과를 하든 안 하든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으며 사과를 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과 불가론'에 가세했다. 친윤계 한 핵심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김 비대위원 공천 논란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 의원 글에 (대통령실 의중이 담겼다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이 '마이 웨이'를 선언했지만, 그를 향한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김 여사 사과를 강하게 주장해온 수도권 인사들이 타깃으로 삼은 대구·경북(TK) 의원들 움직임부터 심상치 않다. 이들은 또 다시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까지 거론하며 22일 별도의 모임까지 준비하고 있다.

다만 한 위원장까지 내칠 경우 80일도 남지 않은 총선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비대위를 해체하는 파국은 피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윤심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수록 한 위원장의 구심력은 약해지고 수직적 당정관계 비판도 고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민심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당이 역행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민심의 칼이 당을 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순 기자
정준기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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