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내복만 입고 맨발로 돌아다닌 3세, 경찰 구조

지난달 12일 전북 군산 한 지구대
가족 잠든 사이 집 밖에서 길 잃어

지난달 12일 오전 경찰이 전북 군산시의 한 도로에서 내복 차림으로 발견된 3세 아이를 안고 지구대로 복귀하고 있다. 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한겨울 새벽에 내복 차림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던 3세 여자 아이가 경찰관들의 보호로 무사히 부모 품으로 돌아간 사연이 전해졌다.

3일 경찰청 페이스북에는 '이 추운 새벽, 경찰서에 아이 혼자?'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오전 2시쯤 전북 군산시에서 '아이가 도로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고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신발은 물론 겉옷도 없이 내복 차림으로 길거리에 있는 아이를 발견해 지구대로 복귀했다.

뜻밖의 방문에 지구대는 금세 분주해졌다. 한 경찰관은 아이를 조사실 소파에 앉힌 뒤 "담요를 덮어줄까"라고 물어봤고, 아이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관은 아이가 춥지 않도록 분홍색 담요로 아이를 꼼꼼히 감쌌다. 이어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며 불편한 점이 없도록 안심시키고 등록된 지문과 인적사항 등을 조회해 가족에게 연락했다.

지난달 12일 오전 전북 군산시의 한 도로에서 내복 차림으로 발견된 3세 아이를 지구대 경찰관들이 돌보고 있다. 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조사 결과, 이제 막 3세가 된 아이는 가족들이 모두 잠든 사이 잠에서 깨자 집 밖에 나왔다가 길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는 부모를 기다리는 동안 긴장이 풀렸는지 소파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경찰관은 아이를 조사실 소파에 눕혀 재우기로 했다. 낯선 곳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조사실 불을 끈 채 어둠 속에서 아이 곁을 조용히 지키기도 했다.

잠시 뒤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아이의 엄마가 급히 지구대로 뛰어 들어왔다. 아이의 엄마는 소파에 누워 있는 아이를 확인하고 경찰관들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엄마는 아이를 품에 안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이가 무서워할까 봐 신경 써주시는 경찰관들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돈다", "부모가 아무리 신경 써도 애들은 생각도 못 한 일을 하는데 좋은 사람들과 경찰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놀란 아이를 정성스레 돌본 경찰관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