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개천용 스타 대신 육각형 인간이 뜬다

입력
2024.02.19 09:48

블랙핑크 제니, 대표적인 육각형 인간 스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MZ 세대, 기성 세대와 달라…집안도 하나의 조건으로 인정"

제니는 대표적인 육각형 인간 스타로 꼽힌다. 제니 SNS

제니는 대표적인 육각형 인간 스타로 꼽힌다. 제니 SNS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24년 트렌드 키워드로 '드래곤 아이즈(DRAGON EYES)'를 발표했다. 'A'에 해당하는 것은 육각형 인간(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이다. 스타들 중에서도 외모, 학력, 성격, 직업, 자산은 물론 집안까지 완벽한 스타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스타는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다. 뛰어난 외모와 실력을 갖고 있는 데다가 뉴질랜드 유학 경험이 있는 만큼 영어까지 잘한다. 2018년에는 파리패션위크에서 어머니의 빈티지 명품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제니의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대중의 눈에 비친 그는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육각형 인간이다.

최근 신세계 외손녀 데뷔설이 불거지며 더블랙레이블이 주목받는 일도 벌어졌다. SNS를 통해 더블랙레이블 연습생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사진이 공개됐는데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외손녀로 알려진 여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블랙레이블은 "제작하는 걸그룹이 올해 상반기 데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공개 예정이다"라고 멤버의 정체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사건은 집안까지 좋은 육각형 인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또 한 번 증명했다.

tvN '프리한 닥터'는 '연예계 찐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주제로 스타들의 순위를 공개했다. 박성훈 피오 육성재 이상순 이이경 손석구가 순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그간 유학파 출신 스타들, 금수저 아이돌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과거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공한 개천 용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거셌으나 최근에는 집안까지 좋은 청담 키즈들이 선망 어린 시선을 더욱 많이 받는 추세다.

더블랙레이블이 올해 상반기 첫 걸그룹을 론칭한다. 최근 신세계 외손녀 데뷔설이 불거지며 더블랙레이블이 주목받는 일이 벌어졌다. 더블랙레이블 제공

더블랙레이블이 올해 상반기 첫 걸그룹을 론칭한다. 최근 신세계 외손녀 데뷔설이 불거지며 더블랙레이블이 주목받는 일이 벌어졌다. 더블랙레이블 제공

대중은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의 아이돌, 배우를 사랑하는 경우가 많다. 신조어 추구미(美)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드러난다. 네티즌들은 게시물에 연예인의 이름, 사진과 함께 추구미라는 글을 남긴다. 스타의 스타일링, 이미지, 감성을 보며 그들처럼 되길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계층 이동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자수성가한 스타를 보며 꿈을 꾸긴 어렵고 육각형 인간을 찾아 지금보다 뛰어난 외모, 지능, 집안을 타고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쉽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인구 중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사람이 무려 54%다. 스타들 중에서도 육각형 인간이 자연스럽게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MZ 세대의 자유로운 사고 또한 영향을 미쳤다고 바라봤다. 그는 본지에 "기성 세대는 집안이 좋다고 하면 질투하거나 노력 없이 주어진 불로소득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기성 시대가 즐겨보는 드라마에서도 집안이 좋은 캐릭터는 비뚤어지는 등 안 좋은 설정이 부여됐다"고 말했다. 이어 "MZ 세대는 다르게 생각한다.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이들은 집안을 하나의 조건으로 인정해 준다"고 덧붙였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걸까. 꿈과 희망이 가득해야 하는 TV 속에서도 육각형 인간이 유독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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