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대통령 경호처, 정부 비판한 정의당 소속 카이스트 졸업생 끌어내 논란

입력
2024.02.16 18:00
수정
2024.02.16 22:3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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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 참석한 자리서
"생색 말고 R&D예산을 복원하십시오" 외치자
졸업생 위장한 경호원들, 강제로 퇴장시켜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전=뉴스1

1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자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전=뉴스1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경호원)들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ㆍ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정책을 비판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소속 대변인을 강제로 끌어냈다. 지난달 전북의 한 행사장에서 정부 기조를 비판한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을 강제로 밖으로 끌어내 과잉 경호라는 지적을 받은 경호처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실과 녹색정의당, 현장 참석자 등에 따르면 16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도중에 졸업생이자 녹색정의당 소속인 A씨가 윤 대통령을 향해 '윤 대통령은 생색내지 말고 R&D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는 취지로 외쳤다. 올해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된 데 항의한 것이다. 그러자 곧바로 졸업생 복장을 하고 있던 경호원 등이 해당 학생을 강당 밖으로 끌어냈다. 이 같은 장면은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입장을 내고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며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해명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발생한 '정치 테러' 사건 이후 경호처의 경계 수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씨는 '부자감세 중단하고 R&D예산 복원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졸업식 가운 안에 숨긴 채 식장에 입장한 뒤 항의와 동시에 꺼내 들었다.


지난달 전북도 행사에서 퇴장당한 강 의원 사건과 비교해도 과도한 경호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 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근접거리에서 소리를 질렀고, 악수한 손을 놓지 않는 등의 위험 징후가 있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 참석자들에 따르면 A씨는 대통령과 물리적으로 수십 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었고, 고성 외에 위협이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더구나 이날 행사는 윤 대통령이 올해 R&D예산 삭감으로 냉랭한 과학계의 민심을 보듬기 위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국가 재정 R&D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 불안 등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이날까지 수차례 대전을 찾거나 젊은 연구진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재임 중 R&D예산을 늘리겠다"고 다독였다. 이날 오전에도 대전 유성구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공계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에게 '연구생활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A씨가 진보 정당 소속의 대변인이라는 신분이 드러난 만큼, 의도적으로 소란을 야기한 뒤 윤 대통령에게 과잉 경호 논란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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