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인턴 업무" "PA에 처방 요구"… 전공의 파업에 간호사 비명

입력
2024.02.20 15:09
수정
2024.02.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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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630명 진료 중단 여파
"간호사가 의사 업무·책임 떠안아"
"법적 보호조치 없이 PA 투입하나"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 빅5 병원 등 전국적으로 전공의 파업이 본격화된다. 최주연 기자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 빅5 병원 등 전국적으로 전공의 파업이 본격화된다. 최주연 기자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진료를 중단하면서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19일 '간호사가 인턴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라고 밝힌 A씨는 "지금 병원에서 도저히 인력이 안 되니까 인턴 업무를 간호사에게 하도록 하고 있다"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까지 파업하면 간호사들이 환자의 컴플레인과 의사의 업무를 덮어쓰고 환자가 잘못될 경우 법적으로 간호사가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중환자분들 저희 병원에 이미 너무 많은데 다른 병원에 전원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저 환자들 내버려두고 나가버리면 죽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전공의까지 없는 상태에서 어레스트(arrest·심정지) 환자 발생하면 어떡하냐"고 호소했다. 이어 "바로 처방하러 달려올 사람이 없어서 약도 못 준다. 정말 큰일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의사가 파업하려는 이유는 알겠지만, 최소한 파업을 하더라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대처 방안을 내놓고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기다리던 환자가 잠들어 있다. 최주연 기자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기다리던 환자가 잠들어 있다. 최주연 기자

건국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진료보조(PA) 간호사라고 밝힌 B씨는 "외래 PA인데 전공의 파업했으니까 2020년 파업 때처럼 당연하게 요구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PA는 대학병원에서 수술·검사·응급상황 시 의사를 지원하는 인력이지만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B씨는 "법적 보호 조치나 명문화, 보상에 대한 언급 하나도 없고 그냥 병동 처방 내라고 한다"며 "안 그래도 업무 많아서 죽겠는데 답답하다"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제출자 중 25%인 1,630명은 의료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공의가 많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이탈자가 집중됐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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