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분기 흑자에도... 한전, '4조6000억 적자' 늪 헤어나지 못했다

입력
2024.02.23 17:00
수정
2024.02.23 19: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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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지난해 4분기 1조8,000억 원대 흑자
①역마진 구조 해소 ②LNG 가격 하락 덕
상반기 8조4,500억 원 적자 해소 역부족
전력업계 "추가 전기료 인상 필요하다"
올해도 흑자 가능성과 물가 관리 압력에
"현실적으로 전기료 인상은 쉽지 않아"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 연합뉴스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2023년 3분기 흑자에 이어 4분기에도 1조8,843억 원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전기료가 올라 '역마진 구조'가 해소됐고 전력 생산비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덕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2개 분기 연속 흑자에도 지난해 상반기 쌓인 8조4,500억 원의 적자를 해결하지 못한 채 4조5,691억 원 연간 적자는 피할 수 없었다.

전력업계에선 만성 적자 및 부채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올해도 한전이 흑자를 이어갈 가능성과 함께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물가 관리 압력이 강해 정치권에서 전기료 인상 카드를 꺼내기 힘들 것이란 현실론이 맞서고 있다.



2개 분기 연속 흑자... 역마진 구조 해소+LNG 가격 안정세 덕

한국전력 영업이익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한국전력 영업이익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한전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2023년도 영업실적을 의결했다. 지난해 3분기 1조9,996억 원 흑자를 달성한 한전이 4분기에도 1조8,843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2개 분기 연속 흑자의 배경에는 지난해 전기료 인상과 함께 발전사에서 전기를 비싸게 사와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해소된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한전은 지난해 12월 기준 ㎾h(킬로와트시)당 133.9원에 전력을 사서 166.1원에 판매했다. 1년 전 같은 시기와 비교해 판매 가격은 25.7%가 올랐으며 구입 가격은 47.4%가 낮아진 것이다.

전력생산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LNG, 석탄 등 주요 연료들의 국제 가격이 폭락해 '비용 절감 효과'도 누렸다. LNG 가격이 지난해 1월 톤당 192만 원에서 지난해 8월 110만 원, 12월에는 107만 원까지 떨어졌다. 발전용 유연탄 단가도 40%가량 떨어지며 안정세였다.



"연간 이자만 '4조 원' 구조 해소하려면... 전기료 인상 불가피"

서울 시내 한 건물의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건물의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2개 분기 연속 흑자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2023년 1년 동안 4조5,691억 원의 적자를 봤다. 이미 상반기에 쌓인 적자 8조4,500억 원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전력업계에선 200조 원에 달하는 한전의 재무 구조를 서둘러 개선해야 하는데 지난해는 비록 대외 환경이 좋았더라도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올해도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200조 원에 달하는 부채에 대한 이자만 1년에 4조 원대다"라며 "매 분기마다 1조 원씩 흑자를 내도 그 돈이 고스란히 이자 갚는 데 쓰이고 원금에는 손도 못 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꾸준히 안정적이던 글로벌 에너지 시장도 중동발 위기로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며 "전기료를 올리지 않으면 이자마저 못 낼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도 흑자 가능성에 물가 관리 압력도... "전기료 인상 어려워"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에 정박한 LNG선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에 정박한 LNG선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그럼에도 전기료 인상은 쉽지 않다는 현실론이 맞선다. 한전이 올해도 흑자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흑자 요인 중 하나인 LNG 가격의 안정세가 올해 1, 2월에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LNG 수급도 덩달아 안정적"이라며 "이미 수입해둔 양이 충분해 무리 없이 합리적 수준의 전력생산비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꾸준히 물가를 관리하고 있는 점도 전기료를 쉽사리 올리지 못하게 압박하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1월 소비자물가가 2.8%를 기록하자 "2, 3월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3% 안팎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상반기 중에는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손 교수는 "여기에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전기료 인상 자체가 이슈가 되기 어렵다"며 "총선 이후에도 물가 관리 압력이 강하면 정치권이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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