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의 김성한 전 안보실장 깜짝 영입 두고 뒷말 나오는 까닭은

입력
2024.0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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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기조에 회사 경쟁력 높일 것"
재계서는 "전함 입찰 경쟁 위한 포석 아니냐" 해석도
"사외이사제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평생 외교 안보 전문가로 지내 온 그를 통상 전문가라는 이유로 영입을 한 것이나 경영 감독을 맡기겠다는 회사의 결정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27일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 외교·통상 분야 전문가인 김 전 실장을 자사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다음 달 29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사외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각국 보호무역 기조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김 후보자가 가진 외교·통상 분야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회사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감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통상 전문가라기보다는 국제정치학자이자 외교 안보 전문가라 할 만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 교수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냈다. 당시 2차관은 다자외교를 주로 담당했으며 통상 부문은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이 따로 맡았다. 1차관은 지역외교를 담당했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로서도 국제경영, 국제무역정책, 국제경제학 등이 아닌 '국제안보, 미국외교정책, 한미관계'가 전공 분야다.

특히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는 면에서도 재계에서는 HD현대 측의 깜짝 영입 배경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윤 대통령의 서울 대광초등학교 동창인 김 전 실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3월 물러났다.

한화오션과 군함 수주 경쟁을 벌이는 HD현대 측이 그런 김 전 실장을 대(對)정부 창구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HD현대 측에 통상전문가가 필요했다면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을 영입하는 게 맞다"며 "최근 HD현대가 한화오션과 구축함 사업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입찰 경쟁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사외이사는 주주 대신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잘 감시하는 게 본래 임무"라며 "HD현대 측 설명은 사외이사의 본래 취지와는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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